한방병원·피부과 등으로 보험사기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번에는 조직형 치과병원 보험사기가 발각됐다. 치과 보험사기는 비교적 소액이지만 보험·의료 전문가가 연루된 만큼 파급효과가 크다. 전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지난해 1조 원을 육박하며 역대 최고 수준인 만큼 선량한 보험 가입자를 위해서라도 보험사기를 제어할 수 있는 법과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9월 서울강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은 허위 치과 치료 혐의로 법인보험대리점(GA) 설계사 6명, 환자 28명, 병원 관계자 2명(의사·상담실장)을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했다.
해당 GA 소속 설계사들은 치아보험 계약에서 단순 충치 치료 시 치아 개수당 충전치료보험금(개당 10만~20만 원)이 지급되는 점을 악용해 병원 관계자와 사전에 공모해 환자를 유인했다. 실제로는 치과 치료를 하지 않았음에도 다수의 충전 치료(레진)를 받은 것처럼 치과치료확인서 내용을 허위로 기재해 환자로 하여금 5개 보험회사로부터 총 9억 7000만 원의 보험금을 편취했다. 환자는 다수의 치아보험(정액형)에 가입된 상태로 1인당 400만~500만 원의 보험금을 수령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보험 가입자까지 개입된 조직형 치과 보험사기가 발각된 것은 이례적이었다.
치아보험의 경우 청구건별 청구 금액이 100만 원 이하 소액으로 대부분 현장 조사 없이 간편심사 방식을 통해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치과병원에서 작성되는 치과치료확인서 등 증빙서류가 수기로 작성돼 쉽게 위·변조가 가능하다. GA 소속 설계사는 가입자에게 다수의 치아보험을 가입하도록 하고 적은 보험료를 납입, 고액의 보험금을 손쉽게 받을 수 있다고 유인했다. 보험 소비자 입장에서는 청구 보험금이 소액인 경우 간편 청구가 가능한 만큼 큰 죄의식 없이 가담한 모습이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보험·의료·정비업체 등 전문가가 연루된 보험사기는 보험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교하게 사전에 준비된다”며 “보험 계약자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사기 수법이 전파되는 등 일반 범죄에 비해 모방에 의한 파급효과가 크다”고 지적했다.
전체 보험사기 규모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보험사기 추정 누수 규모는 2014년 기준 약 4조 5000억 원에서 2018년 기준 약 6조 2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2021년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9434억 원으로 전년(8986억 원) 대비 448억 원(5.0%)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1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보험금 누수는 결국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선량한 다수 가입자의 보험료 상승을 초래한다. 보험 업계에서는 보험설계사, 병원 관계자 등 보험업 관련 종사자의 보험사기를 제어할 수 있는 법과 제도 개선 등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의료기관과 브로커가 연계된 보험사기에 총체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험범죄 정부합동대책반’을 구성하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별법 개정안 내용에는 △경찰청에 보험범죄 정부합동대책반을 설치·운영 △보험사기 유인·알선 행위 금지 및 처벌 △보험업 관련 종사자가 보험사기죄를 범한 경우 가중처벌 △보험사기 유죄 확정자에 대한 보험금 반환 의무 및 보험계약 해지 △심평원 입원 적정성 심사 의뢰 대상 기관 확대 등 내용이 포함돼 있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자들이 부당 편취한 보험금의 반환 및 범죄에 이용된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적 제재 조치와 함께 전문 지식을 활용해 조직적 보험사기를 조장하는 보험업 관련 종사자의 실질적인 처벌 강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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