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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백자엔 태극의 철학·우주관이 담겼다

■우리 미술 이야기3

최경원 지음, 더블북 펴냄





‘달항아리'라 불리는 조선의 백자는 일그러지고 기울어진 형태로 제작됐다. 기술력이 부족해서 기우뚱해진 것이 아니다. 물레를 돌려 반구형으로 빚은 후 위·아래를 붙여 만드는 기법으로 보자면 반듯한 모양이 더 만들기 쉽다. ‘조선의 르네상스’라 불리는 숙종~정조 때 집중적으로 ‘의도적으로 기운’ 달항아리가 제작됐다는 점도 의미심장하게 봐야 한다.

한국문화의 현대화를 추구하는 디자이너이기도 한 저자는 운동감과 역동성을 강조한 조선백자의 미감에 “태극의 철학과 우주관”이 담겼다고 강조한다. 신간 ‘우리 미술 이야기3’은 식민지 시대 일제 지식인들이 만들어낸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체계적이고 당당하고 위대한 철학의 나라”로서 조선의 미감을 이야기 한다. 둥그런 조선 백자를 두고 ‘무심'하고 ‘순진’한 아름다움을 소박한 마음과 거친 손기술로 빚었다고 한 일본 미학자들은 “근대를 겪지 않았던 조선의 문화에 이념적인 가치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위해, 조선에서 만들어진 모든 것들을 문화적 교양이 부족한 장인들의 소산”으로 대했다.



책은 일찍이 15세기에 이뤄낸 현대 추상미술의 정신성을 보여주는 ‘분청사기 구름 용무늬 항아리’로 시작해 그림과 도자기, 소반과 사방탁자, 왕실 보자기와 서원 건축을 비롯해 자연의 속성을 그대로 받아들인 ‘지게’까지 다채롭게 빛나는 조선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한다. 앞서 출간된 ‘우리 미술 이야기’ 1권은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까지, 2권은 고려를 다뤘다. 3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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