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가 순방 기간 사흘 동안에만 단독 일정을 6개 소화하며 적극적인 ‘소프트 외교’를 펼쳤다. 대통령실도 지난 순방 때와 달리 김 여사 일정을 시시각각 공개하며 대통령 배우자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활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14일 서면 브리핑을 내고 “김 여사는 12일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아동의 집을 방문한 데 이어 13일에는 지난 11일 방문한 헤브론 의료원을 다시 찾아 해당 아동의 치료를 위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11일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윤 대통령과 함께 프놈펜에 도착했다. 이후 △헤브론 의료원 방문(11일) △앙두엉 병원 방문(11일) △심장질환 아동 가정 방문(12일) △친환경 업사이클링 제조 업체 방문(12일) △헤브론 의료원 재방문(13일) △캄보디아 한인 청년 격려 등 개별 일정을 소화했다. 윤 대통령과 동행하는 일정도 캄보디아 동포 만찬 간담회(11일), 캄보디아 주최 갈라 만찬(12일) 등 2개였다. 대통령실은 앞서 9월 유엔 총회 참석 때 김 여사의 단독 일정을 순방 막바지에 공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김 여사의 일정이 종료될 때마다 공개했다.
김 여사는 프놈펜 방문 이튿날인 12일 당초 캄보디아 측이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의 배우자 프로그램으로 준비한 앙코르와트 방문에 참석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김 여사는 해당 일정에 불참하는 대신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는 14세 소년의 집을 찾았다.
대통령실은 앞서 김 여사가 헤브론 의료원을 방문했을 때 해당 소년이 김 여사를 만나고 싶어했지만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으로 오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김 여사가 일정을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국내에서 10·29 참사 추모 분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김 여사가 유명 관광지를 찾는 게 적절하지 않아 내린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 여사는 13일에도 캄보디아 측이 준비한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석하지 않고 헤브론 의료원을 찾았다. 전날 만난 14세 소년의 치료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김 여사가) 이 아동에 대한 실질적인 치료와 건강 회복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아니면 그 논의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배우자 프로그램 대신 그 아동을 도울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하고자 일정이 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익을 위한 배우자 프로그램인데 개인적인 동정심으로 일정을 바꾼 게 아닌가’라는 지적에 “김 여사의 행보는 한국과 캄보디아 간 서로의 국민에 대해 어떤 마음으로 임하고 있는 지 잘 보여주고 있다”며 “한국과 캄보디아 간의 관계를 더욱 고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야당은 김 여사가 프놈펜에서 심장질환 소년의 집을 방문해 사진촬영을 한 것이 “외교적 결례”고 지적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외교행사 개최국의 공식 요청을 거절한 것도 외교적 결례이고 의료 취약계층 방문해 홍보수단으로 삼은 건 더욱 실례”라며 “가난과 고통은 절대 구경거리가 아니다. 그 누구의 홍보수단으로 사용되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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