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43%는 향후 1년 내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물가 상승과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 응답률인 72%와 비교해 큰 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EY한영의 전략컨설팅 특화 조직 EY-파르테논은 한국 포함 전세계 10개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76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EY CEO Outlook Pulse Survey(아웃룩 펄스 서베이('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 응답한 국내 CEO 중 94%는 크로스보더(Cross Boader·국경간 거래) 투자 계획과 운영 방식 등을 재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2월 조사의 동일 항목에 대한 응답률 36% 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국내 CEO 중 절반인 50%는 기업의 공급망을 재구성하고 있으며, 40%는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계획된 투자를 미루고 있다고 응답했다. 투자 계획을 변경한 이유로는 우크라이나 전쟁(30%), 미중 무역갈등(26%) 등을 꼽아 다른 국가 대비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 환경의 변화로 최근 1년간 계획했던 기업 인수가 무산 또는 취소됐다는 응답률은 97%에 달했다. 특히 연매출 50억 달러 이하 기업들의 인수는 100%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43%는 향후 12개월 내 M&A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 있으며 50%는 인수, 매각 뿐 아니라 합작법인(JV) 설립도 적극 모색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72%가 M&A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던 작년 말 결과에 비하면 CEO들의 M&A 의욕은 많이 꺾인 셈이다. 다만 2013년부터 2022년까지 평균 응답률 46%와는 비슷한 수준을 보여 M&A를 여전히 기업의 핵심 성장 전략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CEO들은 운영 역량과 혁신을 강화하고, 장기적 성장을 실현할 기회를 꾸준히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들 중 27%는 포트폴리오 개선, 인재 확보, 신규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을 목적으로 초기 단계 사업에 투자를 모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6개월 동안 자본투자를 전반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응답한 국내 CEO 응답자는 60%였던 반면 줄이겠다는 응답 비율은 13%에 그쳤다. 특히 53%가 혁신 및 연구개발(R&D)에 투자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국내 CEO 중 53%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공급망 차질을 겪으면서 코로나19 관련 이슈를 여전히 비즈니스 성장의 최대 위험으로 지목했다. 이는 글로벌(43%)과 아시아-태평양(48%) 대비 높은 수치다. 아울러 33%는 인플레이션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을 주요 리스크로 판단했다. 특히 대다수인 70%가 인플레이션이 회사의 성과와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그 중에서도 37%는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정부의 재정정책으로 인해 성장이 둔화 또는 멈출 것을 우려했다.
변동범 EY한영 EY-파르테논 본부장은 “국내외 CEO들은 에너지, 원자재, 운송 및 물류비용 등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직격탄을 맞고 있다”면서 “경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선도 기업들은 M&A, JV, 전략적 제휴를 통해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