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경기도 평택의 미군기지 캠프험프리스에서 군악대의 4성곡이 울려 퍼졌다. 19발의 예포가 함께 발사됐다. 한미연합사령부의 평택 이전을 기념하는 차원이었다. 한미 연합사 창설 44주년 기념식을 겸한 예포이기도 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폴 라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안병석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함께 주빈으로 입장했다. 이 장관은 “북한의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 속에서 연합사의 평택시대 개막은 큰 의미가 있다”며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강력히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축사했다.
한미연합사는 유사시 한미 양국군을 통합지휘하기 위해 1978년 11월 7일 창설된 사령부다. 설립 이래 서울 용산에서 터를 잡고 있다가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 등에 발맞춰 44년 만에 캠프 험프리스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연합사 및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은 유사시 미국의 자동개입을 유인할 ‘인계철선’이 수도권 이남으로 물러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만큼 수도권 이북에 대한 북한의 기습 도발시 한미의 연합대응에 빈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한층 장거리화, 정밀화된 북한 장사정포,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미의 생존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았다. 또한 유사시 후속 군수지원 및 병력이동에서 평택항을 이용할 수 있고, 한미연합방위를 위한 각종 인프라들을 평택에 집결시킴으로써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긍정적 평가다.
이 장관도 이날 축사에서 북한의 핵무력, 미사일 도발 위협을 언급하면서 “이제 연합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 유엔사령부가 캠프 험프리스에 함께 위치함으로써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강력히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수년간 용산과 평택으로 나뉘어 근무해온 연합사 장병들이 어깨를 맞대고 함께 근무함으로써 한미간 협조체계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행사에서 라캐머라 사령관, 안병석 부사령관이 예포대장으로부터 기념탄피를 증정 받자 한미 기수단이 연합사령부 부대기와 태극기, 성조기를 나란히 들고 행진했다. 애국가, 미국 국가의 연주가 뒤이었다.
“우리 동맹이 더욱 굳건하게 하소서”를 기원한 군종실장의 기도에 이어 양태봉 작전참모차장의 부대약사 및 이전경과 보고가 이뤄졌다. 양 차장은 특히 “연합사의 임무는 대한민국에 대한 외부의 적대행위를 억제하고, 억제 실패 시 외부의 무력공격을 격멸하는 것”이라고 환기했다. 그러면서 연합사 평택 이전에 대해 “한미간 협조체제와 동맹정신이 더욱 공고해질 뿐만 아니라 작전적 효율성을 증진시켜 강력한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한층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및 인도네시아 순방 일정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 대독 형태로 축전을 보냈다. 윤 대통령은 연합사에 대해 “한미동맹의 심장이자 연합방위체계의 핵심”이라며 평택 이전에 대해 “연합방위체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기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연합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며 “같이 갑시다. 위 고 투게더(We go together)”라고 밝혔다.
이어 기념사에 나선 라캐머라 사령관은 "연합사 주소지는 바뀌었지만 계절 환경이 변화했어도 대한민국에서 복무하는 자부심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또한 “철통같은 한미 유대관계 역시 변화 없다”며 “같이 갑시다”라고 역설했다.
연단에 나선 안 부사령관도 “한미연합사는 한미동맹의 심장으로 더 활기차게 살아 움직이며 한미동맹의 역사 가운데 영원히 빛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 장관을 비롯해 150여명의 내빈들이 초청을 받았다. 또한 120여명의 한미 장병들이 호흡을 맞추며 평택시대를 빛냈다. 이 장관 등 주요 내빈들은 이날 기념식에서 축하 리본을 자른 후 연합사 본청을 둘러봤다. 연합사측 관계자는 평택 이전이 결정된 후 이전 공사 등에 348억원이 투입됐음을 소개한 뒤 연합사의 지휘통제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작전센터(operation center) 신축이 완료된 것도 지휘통제 역량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전센터는 인도태평양사령부 및 주일미군사령부를 C4I(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 체계를 통해 연결할 수 있다. /평택=국방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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