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의 50조 원, 5대 금융지주의 95조 원 유동성 공급 대책이 발표된 후 꽉 막혔던 자금 시장이 숨은 돌리고 있다는 게 금융 당국의 입장이다. 급한 불은 끈 만큼 당장 추가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기존 대책의 효과를 모니터링하고 ‘돌발 이벤트’ 관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16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유동성 공급은 충분히 이뤄졌다고 판단한다”며 “제2의 레고랜드·흥국생명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돌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현재 시장에 공급한 유동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당국은 민간과 힘을 합쳐 단기자금 시장 경색 발생으로 부실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중소형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매입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대형 증권사 9곳과 정책금융이 1조 8000억 원을 내놓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내년 1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중소형 증권사의 PF ABCP 규모가 1조 원인데 이보다 1.8배 큰 규모의 자금을 마련해놓았다”며 “기존 대책이 효과를 내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 컨틴전시 플랜(비상 대응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제 더는 나올 게 없다”고 답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 기업어음(CP) 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스프레드가 벌어지는 것을 문제 삼는데 시장 위기를 평가할 때 유의미한 지표라고 판단하지는 않는다”며 “국고채금리·한전채금리 모두 하락 전환한 만큼 시차를 두고 CP금리 인상 폭 둔화, 스프레드 축소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당국의 정책자금 지원이 충분히 이뤄진 만큼 시장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증권사의 자금 현황을 보면 자체적으로 PF ABCP를 인수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며 “정책자금에만 기댈 게 아니라 시장에서도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1선·2선·3선의 유동성 수혈 대책은 이미 나왔다”며 “1선에 있는 증권사들이 우선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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