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철강·화학 업종이 고전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의 이익이 26% 급감했다. 기업의 덩치는 커졌지만 고금리·고환율·고물가라는 3고 (高) 파고가 덮치자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것이다. 긴축정책의 효과가 본격화될 4분기 기업들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분기 코스피 상장사 601곳의 연결 기준 매출은 726조 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23.4% 급증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39조 3666억 원으로 26% 감소했다. 당기순이익(27조 6733억 원)은 37.3% 줄었다. 단일 기업으로 영향력이 큰 삼성전자와 3분기 7조 5309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낸 한국전력을 제외하더라도 주요 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5.9%, 당기순익은 26.4% 감소했다.
코스피 상장사들은 상반기만 해도 최대 매출에 최대 이익 달성이라는 성적표를 냈다. 실제로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에 전년 대비 14.4%, 2분기에 18.7% 늘었다. 하지만 고강도 긴축정책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인건비 및 원자재 가격 급등, 고환율 직격탄에 3분기 이익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3분기 실적 악화로 올해 누적 영업익(146조 2452억 원)은 전년 대비 1% 느는 데 그쳤고 순이익(113조 2192억 원)은 12.3%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률도 크게 하락했다. 3분기 기준 5.42%로 지난해(9.04%) 대비 3.62%포인트나 하락했다. 순이익률은 3.81%로 지난해(7.5%) 대비 반 토막이 났다. 1000원짜리 물건을 팔면 54원을 남기고 순이익은 38원을 번다는 의미다.
업종별로는 한국 제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타격이 컸다. 반도체가 속해 있는 전기전자 업종의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32.2% 급감했다. 철강금속 60.9%, 화학은 12.7% 줄었다. 건설업의 이익 규모도 19% 감소했다. 기업별로는 이익 상위 20개 기업 중 삼성전자 이익이 31.3%, SK하이닉스 60.3%, 포스코홀딩스 70.5%, 기아가 42.1% 감소했다. 반면 삼성물산(465%), HD현대(255%), GS(112%), 대한항공(90.5%), 삼성SDI(51%) 등은 영업이익이 급증했다. 영업이익 하위 20위는 한국전력(-7조 5309억 원), LG디스플레이(-7593억 원), 대우조선해양(-6278억 원), 롯데케미칼(-4238억 원) 순이었다. 올해 1~9월 연결 기준 적자 기업 비중은 19.63%(118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97%(96개사) 대비 4%포인트 증가했다. 올해 3분기 적자 전환한 기업 수는 52개사(8.65%)였다.
전문가들은 4분기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봤다. 특히 내년 상반기까지 어려움이 예상된다. 긴축 여파로 소비 감소→기업의 투자·고용 위축→실적 악화라는 불황의 고리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 비용을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었지만 하반기에는 수출이 둔화하고 실적도 꺾이고 있다”며 “내년 불황에 대응해 소비나 투자가 위축돼 실적 악화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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