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남성들의 정자 수가 반세기만에 60% 이상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세계 인구 수가 80억명을 돌파했지만 정작 인류에게는 생식 위기가 닥치고 있는 것이다.
15일(현지 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의 하가이 레빈 교수는 최근 ‘인류 생식 업데이트’라는 저널에 이 같은 내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남성 1인의 평균 정자 농도는 1973년 ㎖당 1억120만 마리에서 2018년 4900만 마리로 51.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정자수도 62.3% 줄었다. 앞서 연구팀은 2017년 발표한 논문에서 정자 농도가 지난 40년간 절반 이상 줄었다는 점을 발견했었다. 당시 논문에 사용된 데이터는 유럽, 북미, 호주에 집중돼 있었으나 이번 논문에는 중남미, 아프리카, 아시아까지 포함한 53개국으로 확장됐다.
더 큰 문제는 정자 농도의 감소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1972년부터 수집된 샘플에서는 정자 농도가 매년 1.16%씩 감소했지만 2000년 이후 샘플에서는 감소율이 2.64%로 뛰었다고 밝혔다.
레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구상에 어떤 문제가 있으며 하루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정자 농도가 ㎖당 4000만 마리 밑으로 떨어지면 생식력이 저하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레빈 교수는 “지금까지는 평균 정자 농도가 ㎖당 4000만 마리 이상이지만, 이 기준치를 밑도는 남성의 비율은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자 수 감소의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학계에서는 내분비 교란 화학물질, 흡연, 음주, 비만, 기타 환경적 요인 등이 자궁의 태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든버러 대학의 리차드 샤프 교수는 “정자 수 감소는 부부의 임신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고령화 사회에서 이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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