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타깃발 연휴 소비 둔화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에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1.54% 빠진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각각 0.83%, 0.12% 떨어졌죠.
이날 실적을 내놓은 타깃은 어닝이 월가의 전망치를 밑돌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습니다. 반면 10월 소매판매는 생각보다 좋게 나왔는데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은 시장의 기대감을 꺾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았습니다. 우려가 컸던 폴란드 미사일 사건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순항미사일을 요격하는 와중에 벌어진 비의도적인 사건으로 정리가 되고 있습니다. 나토(NATO) 입장도 그렇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커지지는 않는 모양새인데요.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습니다. 트럼프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마이크 펜스는 “우리는 2024년에 트럼프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죠. 공화당 내에서도 찬반이 오갈 듯한데요. 오늘은 타깃과 소매판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발언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타깃 “어려운 환경 연휴 시즌 넘어 내년에도 지속될 것”…블룸버그 “소비 2023년에 움츠러들 수 있어”
먼저 타깃 실적부터 보죠. 이날 10월 말로 끝나는 분기 실적을 내놓은 타깃은 총 매출이 265억2000만 달러, 주당순이익(EPS)이 1.54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그렇다고 치고 순익이 전망치인 2.13달러보다 크게 적었는데요. 특히 분기 영입이익이 10억2200만 달러로 전년(20억1000만 달러) 대비 반토막났습니다. 감소율만 -49.2%죠.
재고는 개선이 있었습니다. 1분기 43%였던 전년 대비 재고증가율이 2분기 36%를 거쳐 이번에 14%까지 하락했는데요. 하지만 그만큼 이익 측면의 손실이 컸습니다. 재고를 없애기 위해 손해를 보고 물건을 팔아치웠다는 뜻이죠.
타깃은 미국 내 매장이 1938개로 월마트의 절반이 좀 안 되지만 전국 점포망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 기업의 실적을 넘어 전체적인 경기를 판단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데요.
여기에서 어제 월마트는 좋았으니 타깃 개별 문제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같은 대형 마트지만 월마트와 타깃은 주력상품군이 차이가 있는데요.
월마트는 식료품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을 정도이지만 타깃은 전자와 의류, 미용, 가전용품 쪽에 치우쳐져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색깔이 분명한 경우가 많습니다. 월마트와 타깃, 홀푸드, 트레이더 조, ACME 등 각각이 주력 취급품이 다르고 가격대도 차이가 있죠. 월마트와 비교하면 타깃은 아무래도 사람들이 지갑을 닫을 때 더 먼저 타격을 받는 쪽입니다. 타깃 측은 “10월의 마지막 2주 동안 고객들의 가격 민감도가 심해졌다. 솔직히 11월 초에도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며 “고객들이 더 작은 팩과 싼 물품을 구입한다”고 했는데요.
결국 월마트마저 부정적 영향이 커지면 그때는 더 큰 경고의 신호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가 포함된 연휴 시즌이 그렇습니다. 어제 시장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거뒀던 월마트도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가 포함된 연휴 시즌 동일매장 매출이 약 3% 증가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시장 예측치 3.5%를 밑도는데요. 마이클 피델케 타깃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앞을 내다보면 우리는 도전적인 환경이 올해 연휴시즌을 넘어 2023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결국 타깃은 분기실적도 실적이지만 향후 연휴 시즌에 관한 우울한 예측이 시장을 더 동요하게 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증시는 선반영하니까 이날 타깃이 13.06% 빠지고 증시 전체가 약세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브라이언 모니한 타깃 최고경영자(CEO)는 “인플레이션과 금리상승, 경제불확실성에 소비자들이 떠나고 있다”고 했는데요.
다만, 10월 소매판매가 보여주는 그림은 다릅니다. 이날 나온 10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3% 증가한 6945억 달러가 나왔는데요. 월가 전망치가 1.0%였으니까 그보다 더 좋았던 겁니다. 8개월 만의 최대치인데요. 소매판매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지 않음을 고려해도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4%니까 이것저것 따져도 좋은 수치죠.
판매증가는 자동차와 부품(1.3%)을 비롯해 가구(1.1%), 주유소(4.1%) 등이 주요 원인인데요. 금리인상의 민감한 업종 가운데 하나가 자동차(할부 및 리스)이고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가라앉고 있음에도 가구가 늘었다는 것은 소비가 어느 정도 견고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계속 말씀드리듯 소비의 지속성이 관건인데요. 브라이언 모니한 타깃 CEO의 말처럼 연휴 시즌, 그리고 내년에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가 중요합니다. 어제 뉴욕 연방준비은행 자료는 신용카드 사용액이 급증하면서 향후 소비에 부담 요인이 있음을 보여줬는데요. 베로니카 클라크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휘발유 가격 상승과 공급망 완화에 따른 자동차 판매증가가 10월 소매판매를 증가시켰다”면서도 “이는 소비자들이 연휴시즌 소비를 초반에 앞당겨 한다는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1차로 블랙 프라이데이를 전후한 소비를 잘 봐야겠습니다. 엘리자 윙어와 앤드류 허스비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들은 “10월 소매판매 데이터의 견고함은 연준이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해야 함을 보여준다”며 “자체 모델로는 내년 초에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조지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 하향 불가능”…데일리 “최종금리 4.75~5.25% 사이가 적절. 인상중단 논의대상도 아냐”
경기 관련 얘기를 했으니 침체에 관해 더 알아보죠. 이날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그는 “노동시장이 꽤 타이트한데 나는 실질적인 (고용) 둔화없이 어떻게 지금의 인플레이션을 계속해서 낮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아마도 우리는 거기(고용둔화)에 도달하기 위해 경기침체를 겪어야 할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조지 총재는 연착륙에 관해서는 “그 길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고 나는 사람들이 그걸 찾는 걸 보아왔다”며 “나는 연준에서의 40년 동안 이 정도의 긴축을 하면서 어느 정도 고통스러운 결과를 낳지 않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는데요. 사실상 정도의 문제이지 침체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는 내년 1월에 은퇴하는데요. 속내를 있는 그대로 털어놓을 수 있는 시기입니다. 지역 연은 총재의 발언을 막는 사람은 없지만 임기 막판에는 보통 더 솔직한 얘기, 그리고 남은 이들에 대한 조언이 가능하죠. 그래서 침체 없이 인플레 낮추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그의 발언에 좀 더 무게가 실립니다.
조지 총재는 몇 가지 참고가 될 만한 얘기를 더 했는데, “공급부문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연준이 할 일이 더 많다는 것이다”, “노동집약적인 서비스 부문의 물가압력이 강하기 때문에 연준이 언제 금리인상을 중단할지 예측하는 것은 매우 시기상조다”, “연준은 너무 빨리 인상을 중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는데요.
추가로 그는 “내년에는 전통적인 수준의 0.25%p로 속도를 조절하는 게 맞을 것”이라며 “다음 회의에서 지속적인 금리인상을 강조하고 높은 수준을 더 오래 유지하기 위해 경제전망(SEP)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 부분은 의미가 있는데요. 시장이 생각하는 12월 0.5%p에 이어 내년부터는 0.25%p로 가는 것이 합리적인 추정이며 12월 FOMC에서는 점도표상 최종금리(terminal rate·터미널 레이트)를 수정해 월가가 앞서 나가는 것을 막으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기 때문이죠. 이제는 이런 예상을 기본으로 깔고 가면 될 듯합니다.
이와 관련해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이날 최종금리로 4.75~5.25%를 제시했는데요. 4.75~5.00%이거나 한 번 더 올리면 5.00~5.25%가 될 수 있다는 말일 겁니다. 데일리 총재는 “나는 우리가 금리인상을 중단하기 전에 이 정도(4.75~5.25%)가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본다”며 “그것은 인상-유지 전략”이라고 했는데요.
최소한 지금보다 1%p는 더 올린다는 거죠. 골드만삭스는 이날 소매지표 강세를 이유로 최종금리 전망치를 4.75~5.00%에서 5.00~5.25%로 올렸는데요. 데일리 총재는 “금리인상 중단은 지금은 불가능하다”며 “그것은 심지어 논의되고 있지 않다. 현재 논의는 속도를 늦추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전했습니다.
종합하면 내년 최소 내년 1분기까지는 금리인상이 있다는 의미인데요. 데일리는 또 “나의 목표는 가능한 한 인플레이션을 효율적이면서 부드럽게 낮추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목표일 정도로 조지 총재의 말을 빌리면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JP모건체이스는 이날 미국이 내년에 완만한(mild) 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페롤리는 “연준이 12월에 0.5%p, 2023년 첫 두 번의 회의에서 각각 0.25%p씩 올린 뒤 일시중단할 것”이라며 “2024년 중반까지 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으며 그 결과 인플레이션이 둔화해 2024년 2분기부터는 금리인하에 나서 2024년 말에는 기준금리가 3.5%에 이를 것”이라고 점쳤는데요.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금리인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그는 “금융 리스크가 연준의 금리결정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며 “금융 취약성을 해결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사용하면 경제에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못 박았는데요. 강도가 센 발언입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인플레이션 잡기에 올인하겠다는 의미기 때문이죠. 확대해석하면 금융 리스크가 커져도 최종금리에 오른 뒤 한동안 유지한다는 계획을 밀어부칠 것이라는 말도 됩니다.
“최근 증시 급등은 숏 커버링(short covering)이 커”…“암호화폐 대출업체 블록파이 수일 내 파산신청”…“10년 미 국채 3.6% 침체 우려 커져”
어쨌든 윌리엄스 총재의 발언과 별도로 침체 위험과 함께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FTX 파산신청 여파에 이날은 암호화폐 투자은행 제네시스 글로벌 트레이딩이 신규 대출과 상환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제네시스는 앞서 FTX 계좌에 1억7500만 달러의 자금이 묶여 있다고 했는데요. 유동성 우려가 큰 겁니다.
하버드대 출신의 윙클보스 쌍둥이 형제가 설립한 가상화폐 거래소 제미니도 고객자금 상환을 중단했는데요. 제미니는 제네시스가 핵심 사업 파트너라고 합니다. 암호화폐 대출업체 블록파이는 파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블룸버그통신은 수일 내 파산신청을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는 “암호화폐 업계는 괜찮을 것(will be fine)이다. 암호화폐도 극도의 복원력을 보여줬다”고 했지만, 평소에도 암호화폐에 부정적이었던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완전히 부패한 생태계(totally corrupt)다. 암호화폐 업계에는 ‘C7’이 있는데 이는 은폐(concealed), 부패(corrupt), 사기꾼(crooks), 범죄자(criminals), 협잡꾼(con men), 호객꾼(carnival barker), 그리고 CZ(Changpeng Zao)”라고 했습니다. CZ는 바이낸스 CEO인 창펑자오를 말하는 건데 루비니는 “그는 돈세탁 혐의로 미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걸어다니는 시한폭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표현이 지나치지만 암호화폐 업계의 혼란이 더 지속할 듯해 걱정스러운데요.
증시 안팎에서도 최근의 증시 상승에 대한 말이 많습니다. 에릭 존스턴 캔터 피츠제럴드의 주식 파생상품 헤드는 “헤지펀드들이 공매도에 몰려있고 뮤추얼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 수준은 높다”며 “나는 누구도 지금의 갤리가 다음 황소장으로 가기 위한 다리라고 베팅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랠리가) 대부분 연말 포지셔닝에 따른 강제적인 숏 커버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는데요. 그는 “가까운 시기에 주식의 상승률이 4% 정도에 불과하다고 본다면 머니마켓펀드(MMF)에 돈을 넣는 게 나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숏 커버링은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를 했던 이들이 주식을 갚기 위한 매수에 나서는 것을 뜻합니다. 기술적으로 증시상승폭을 더 높이는 결과를 불러오는데요.
핌코는 경기침체 가능성을 감안해 채권에 유리한 시기가 오고 있다고 봅니다. 금리상승(가격하락)으로 올해 채권이 사상 최악의 실적을 거둔 가운데 내년에 침체가 도래하면 채권가격이 반등(금리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한때 연 3.67%까지 내려갔는데요. 연준의 기준금리보다 낮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아직까지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을 때의 연착륙이 성공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의 지속과 침체 우려가 상당하지요. WSJ은 “연준의 긴축 정책이 경기를 둔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채권시장에서 퍼지고 있다”며 “2년과 10년 물 금리역전 수준이 1982년 이후 최대”라고 했습니다.
증시가 12월 초까지는 상승 동인이 있을 수 있다, 연말 랠리가 가능하다는 말들이 있습니다. 당분간 큰 경제지표가 없는 게 사실이고요.
하지만 그 기간이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랠리 상단 예측폭도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높지 않은데요. 어제는 월마트와 생산자물가지수(PPI)에 좋았다가 하루 만에 뒤집히는 상황은 시장도 투자자도 자신이 없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작은 계기에도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인데요.
영국 정부가 17일(현지 시간)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증세 및 긴축 계획을 내놓습니다. 영국 정부안에 투자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사인데요. 작은 시장의 움직임도 잘 살펴야겠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생방송] :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섬머타임 종료로 매주 화~토 오전7시55분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방송에서는 ‘3분 월스트리트’ 기사에 관한 상세한 설명이 이뤄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미국 경제와 월가의 뉴스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