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특수'가 사라지면서 올 3분기 매출 상위 10개 진단기업들 중 절반이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포스트 코로나 전략 수립과 실행이 늦은 기업들의 이익하락 폭이 컸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올 4분기 이후까지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내년에는 흑자경영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7일 서울경제가 주요 상장 진단기업의 3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상위 10개 기업의 매출액은 총 9602억 원으로 지난 2분기(1조 3600억원), 1분기(3조 3311억 원)에 비해 급감해 1조 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수익성 악화는 더 심각했다. 10개 진단기업 중 절반인 5곳이 적자를 기록해 영업이익의 총합은 2533억 원에 불과했다. 지난 2분기(5239억 원) 대비 반토막이 났고, 올 1분기(1조 5271억 원)에 비해서는 6분의1에 불과했다. 특히 영업이익 선두 기업인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 한 곳의 영업이익에 나머지 9개 기업의 전체 영업이익이 미치지 못해 격차가 컸다. 한 진단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진단으로 인한 거품이 얼마나 컸는지 실적에서 드러나고 있다"며 "성장성에 대한 의심으로 주가도 급락하면서 투자 위축이 이어지고, 금리 인상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 3분기 매출액 1위는 5516억 원을 기록한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차지했다. 전년 동기보다 성장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물론 2분기(7950억 원)보다는 쪼그라들었지만, 계약부채 덕에 최초 연매출 3조 원에 기대감을 이어가게 됐다. 영업이익은 2934억 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줄었지만 전년 동기보다 17.6% 성장해 독보적인 수익성을 보였다. 씨젠(096530)은 직전 분기보다 매출이 17.5% 반등하며 1508억 원을 기록해 2위에 올랐다. 코로나19 진단 수요는 크게 줄었지만, 비코로나 진단시약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1120억 원을 기록한 덕분이다. 다만 미사용 재고에 대한 681억 원의 충당금을 설정해 영업 손실이 322억 원에 달했다. 회사측은 일시적 영업손실은 다음 분기부터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여전히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제조·판매에 집중했던 기업들은 매출이 폭락했다. 휴마시스(205470)는 3분기 매출 243억 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78.8% 축소돼 8위로 밀려났다. 코로나19 팬데믹 후 처음 적자(-91억 원)도 기록했다. 지난 1분기에만 매출 8000억 원을 넘기며 업계 2위까지 올랐던 엑세스바이오(950130)는 3분기 매출이 131억 원에 불과해 1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영업손실만 169억 원에 달했다. 수젠텍(253840)도 매출이 61.8% 감소한 87억 원을 기록하며 1년여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반면 코로나19 진단사업 이외의 분야를 꾸준히 키워온 기업들은 안정적인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아이센스(099190)는 3분기 매출 685억 원을 기록해 3위에 올랐다. 직전 분기보다 11.0%, 전년 동기 대비16.1%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38억 원으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 진단 분야 외에 혈당측정 분야에 두각을 보이며 미국, 아시아에서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다. 바이오니아(064550)는 546억 원의 매출로 매출 순위 4위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2억 원으로 4위다.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다소 줄었지만 분기 최고 매출을 기록한 프로바이오틱스 사업이 실적은 견인했다. 코로나19 타액진단, 동시진단 제품을 유지하면서도 갑상선 기능 진단 키트·치료약물농도감시(TDM) 진단키트 등 상용 제품을 확대 중인 바디텍메드(206640)는 277억 원의 매출로 5위를 차지했다. 영업이익도 51억 원으로 전체 3위다. 랩지노믹스(084650)도 직전 분기보다 매출을 성장시켰고 액체생검 기반 암진단 제품군을 확대하고 미국 진출을 위한 클리아랩 인수를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과 달리 매출을 곧바로 내야 하는 진단 기업은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곧바로 실행해 성과를 보지 못하면 투자 경색이 심화할 것”이라며 “랩지노믹스에 이어 기업 생존을 위한 인수합병(M&A)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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