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2부 무대인 엡손 투어에서는 내년 시즌 1부 투어에 나설 10명의 새 얼굴이 탄생했다. 한국 선수도 한 명 있다. 열아홉 살 장효준이다.
최근 서울에서 만난 장효준은 “이번 시즌 독한 선수, 꾸준한 선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LPGA 정규 투어에 가서는 골프에 집중하면서도 투어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라며 “가는 대회장마다 주변 맛집을 방문하거나 유명한 산을 찾아 등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효준은 엡손 투어 첫 시즌에 바로 상금 랭킹 톱 10에 들어 LPGA 투어 입성의 꿈을 이뤘다. 우승 없이도 상금 10위(약 7만 8000 달러)에 오를 만큼 꾸준하게 상위권 성적을 냈다. 준우승 두 번을 포함해 다섯 번의 톱 10 진입으로 상금 11위 선수를 1765 달러 차이로 제치고 1부 직행 티켓을 따냈다.
장효준은 “직행한 10명은 플로리다의 LPGA 본사에 초청 받아 풀시드 자격이 적힌 큰 패널을 들고 기념 사진도 찍고 LPGA의 높은 분한테 덕담도 들었다”며 “합격증인 패널을 한국에 가져와 부모님께 보여드렸다. 집에 잘 보관 중”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국가상비군까지 지낸 장효준은 열여섯 살 때 홀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골프에만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환경에서 공부도 하면서 크고 넓게 보는 게 좋겠다는 아빠의 권유를 장효준은 큰 고민 없이 받아들였다. 그 시기에 힘든 일이 많았던 것도 있고 어릴 때부터 프로 턴을 일찍 하는 게 목표이기도 했다.
아침 일찍 등교해 공부하고 오후에 골프 연습, 저녁엔 학교 숙제 하는 생활을 장효준은 오히려 즐겼다. 학교에서는 체육 시간에 골프 연습을 하도록 배려해주는 것 말고는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교과를 따르게 했다. 낯선 미국에서 학교 생활을 하면서 장효준은 “생각의 폭이 넓어졌고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골프 선수로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성숙한 생각을 가지게 된 것도 있다”고 돌아봤다. 운전면허를 따자마자 차를 빌려 직접 운전을 해가며 투어를 뛰기도 했다. 대회를 마치고는 집까지 한 번에 30시간을 쉬지 않고 운전한 적도 있다.
박성현의 퍼포먼스와 리디아 고(뉴질랜드)의 꾸준함을 닮고 싶다는 장효준은 “샷은 물론 멘탈에 있어서도 일관성 있는 골프를 보여드리고 싶다”며 “골프장 밖 생활부터 중심을 잘 잡아야 골프도 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크고 넓은 시각을 갖고 새로운 무대에 뛰어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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