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의 1사 1라이선스 규제 유연화는 반려동물 전용 보험(펫 보험), 여행자 보험 등 전문 분야에 특화된 다양한 보험사들의 탄생을 예고한다. 디지털화에 따른 산업구조 개편을 위해 비대면 보험 판매 규제가 완화되면서 화상통화 방식으로도 보험 모집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경품 한도를 현행 3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그동안 보험사들의 영역 확대를 억눌렀던 낡은 규제들이 사라지는 셈이다.
금융위원회가 20일 보험 규제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경쟁·혁신을 선도할 특화 보험사의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1사 1라이선스 허가 정책을 유연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 당국은 그간 한 금융 그룹 내에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1개씩만 둘 수 있도록 시장 진입 규제(1사 1라이선스)를 뒀다. 이 때문에 생보사와 손보사를 두고 있는 금융 그룹은 디지털 전환 추세와 MZ세대 수요에 맞춘 특화 전문 보험사를 따로 설립하는 게 원칙적으로 차단됐다. 이번 규제 완화에 따라 앞으로는 기존 종합 보험사도 펫 보험만 다루는 단종 보험사나 미니 보험(소액 단기 보험)만을 다루는 전문 보험사를 자회사 형태로 신규 설립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온라인 판매 전문 보험사를 자회사로 둔 교보생명(자회사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과 한화손해보험(자회사 캐롯손해보험)에 그동안 적용됐던 CM(모바일·홈페이지) 채널 판매 제한 규제도 함께 풀기로 했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해외에서는 1사 1라이선스 정책과 관련된 명시적 규제가 없어 이미 한 금융사가 다양한 보험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니혼생명은 자회사로 △타이주생명(기업 및 입직원) △웰스라이프(방카슈랑스) △하나사쿠생명(젊은 연령 대상) 등을 운영하고 있다. 상품 특화 보험사의 신규 진입 촉진을 위해 전속 설계사 규제도 완화한다. 자회사 특화 보험 상품을 모회사의 전속 설계사가 교차 판매할 수 있도록 전속 설계사 규제를 완화해 적용한다. 신상훈 금융위 보험과장은 “1사 1라이선스 완화는 자회사 설립을 (추가로) 허용한다는 의미이지 생보사가 손보사 영업을 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손보사가 생보사를 자회사로 두거나 생보사가 손보사를 자회사로 가진 회사는 지금도 있다”고 말했다.
중도 환급률 규제를 받는 연금보험도 개선한다. 현재 연금보험은 저축성 보험의 일종으로 분류돼 납입 완료 시점까지는 무조건 해지 환급금이 납입 원금을 초과하도록 설계돼 장기간 연금 유지 및 수령 연금액 제고가 목적인 연금보험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위는 이를 개선해 기존 상품보다 수령 연금액을 높인 연금보험은 중도 환급률 규제 적용을 제외하기로 했다. 대신 소비자가 해지 환급률, 연금액 등을 충분히 비교해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설명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번 규제 완화에 손해보험 업계에서는 업권 고유 영역 침해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허가 유연화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는 측면이 있고 소비자 보호, 생손보 겸영 금지 원칙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비대면 보험 모집이 활성화되도록 모집 규제 체계도 전환한다. 온라인 보험 가입 비중은 2020년 기준 생보 0.3%, 손보 6.3%에 불과, 자동차·여행자 보험 등 제한적 영역에서만 비대면 채널 판매가 확대됐다. 앞으로 화상통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보면서 듣는 형태인 TM(권유)과 CM(설명·청약)을 모두 활용한 모집이 가능해진다. 금융위원회는 법률 개정과제에 대해 4분기 중 법안을 마련하고 21대 국회에 제출·통과 추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행령 등 하위법령 개정은 내년 1분기까지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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