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인도 등 의료관광 강국과 의료계는 코로나19의 엔데믹 전환 이후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산업의 패권을 거머쥐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우선 국가 차원에서 병원에 각종 인프라 구축과 통역 서비스 등을 지원한다. 병원은 해외에 병원을 설립한 뒤 그곳을 거점으로 삼아 외국인 환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고 기업은 원격의료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외국인 환자의 선택 폭을 넓혀주는 모습이다.
20일 보건 산업 업계에 따르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올해 8월 15일 제75회 독립기념일을 맞아 의료관광 발전을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힐 인 인도(Heal in India)’라는 이름의 계획은 의료관광 촉진을 위해 △12개 주 37개 병원에 의료 인프라 구축 △10개 공항에 통역사 및 특별 데스크 설치 △외국인 환자를 위한 다국어 포털 개발 △국제 환자 및 동반자를 위한 간소화된 비자 규정 마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싱가포르 병원은 단순한 치료 이상의 의료관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혁신적 방법도 도입한다. 예를 들어 외국인이 환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패러파크병원은 태블릿을 사용해 의료 기록을 확인하고 식사를 주문하고 쇼핑한 물품을 환자가 선택한 위치로 배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싱가포르메디컬그룹은 인도네시아 시푸트라그룹과 협력해 자카르타에 안과 진료 센터를 설립했다.
국내 병원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 병원을 설립해 그 병원이 지역 주민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국내 의료기술은 자연스럽게 홍보가 된다”며 “해외 병원에서의 초진이 우리나라에 있는 병원에서의 재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 K의료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현지 설립을 지원한 병원이 큰 인기를 끄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국제헬스케어리서치센터가 조사하는 글로벌의료관광지수 2위의 싱가포르는 기업도 큰 힘을 싣고 있다. 싱가포르 비대면 진료 앱 링엠디(RingMD)의 경우 미국·영국·인도·태국 등 100개국에 육박하는 국가의 환자가 이용 중이다. 이 앱을 이용하면 진료를 예약하고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온라인으로 의사 소견서 등의 문서도 발급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의 경우 1차 의료기관의 반대도 덜할 것이기 때문에 보다 공격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도 되지 않겠느냐”며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반영구적으로 규제를 풀 것이 아니라 법 제정 또는 개정으로 영구적인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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