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는 유학 혹은 유교의 본산인 서울 문묘·성균관이 있다. 보통 ‘성균관’으로 합쳐서 부르는 데 공식 명칭은 문묘 및 성균관으로, 이곳의 대성전과 명륜당 등 주요 건축물 5동이 한꺼번에 보물 141호로 지정돼 있다. 유학은 ‘교’(敎·종교)이자 ‘학’(學·학문 혹은 철학)으로 불린다. 일반적으로 종교와 철학이 나눠진 현대 사회에서 유학 및 성균관에 대한 쉬운 우리말 설명은 그만큼 어렵다.
입구의 ‘문묘’ 안내판에서는 “문묘에서 공자를 위시한 성현들에게 석전제를 드리는데…” 부분에서 ‘위시’는 전형적인 한문투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여럿 중에서 어떤 대상을 첫자리 또는 대표로 삼음’이라고 돼 있다. 이에 따라 ‘위시’는 오히려 ‘비롯’으로 바꾸는 것이 더 읽기 쉽다. 또 ‘진사식당’ 부분에서는 “의관을 정제하고 글을 읽으며…”에서 ‘정제’는 ‘정돈하여 가지런히 함’이라는 뜻이다. ‘바르게’가 어떨까 한다. 이어 “침상에서 일어나고”라는 표현 역시 한문투인 ‘기상’을 풀어쓴 것으로 보다 쉽게 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문묘와 성균관을 설명하면서 “유교의 중요한 사당인 동시에 유학을 가르치는 최고 학교”라고만 표현한다. 유교인 종교이자 유학인 철학·학문 성격에 대한 좀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중에서 “유교 교육기관 안에 성현들을 모시는 유래는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표현에서 ‘유교’는 ‘유학’으로 바꾸는 것이 옳다.
“석전대제는 일반적으로 고기를 올리고 음악을 연주하는 제사의식”이라는 문장이 있는데 이중에서 제사에 고기를 올리는 것은 당연하고 아마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지만 어색하다. 근처 종묘의 종묘대제에도 음악이 포함되는데 이와 관련을 말하는지 다소 애매모호한 표현이다.
성균관 안내문에서는 “진사식당은 … 수백명이 동시에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든 독특한 구조였다”라고 하는 등 ‘독특한’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전통 건축구조가 현대 건축과 다른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이런 표현은 빼도 될 듯하다.
/글·사진=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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