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진통 끝에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에 합의했다. 선진국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개발도상국을 위해 기금을 설립하자는 데 200여 당사국이 처음으로 의견 일치를 이룬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내년 총회에서나 진행되는 데다 최대 탄소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이 적극 협조할지도 불투명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새벽 4시께 COP27 의장인 사미흐 슈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 등의 내용을 담은 총회 결정문이 채택됐다고 발표했다. 앞서 6일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개막한 COP27은 18일 폐막할 예정이었지만 각국의 이견을 좁히기 위한 마라톤 회의 끝에 이날에서야 마무리됐다. 참여국 모두가 합의한 결정문에는 선진국과 국제 금융기관이 손실과 피해 기금에 출자하되 이것이 개발도상국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구체적인 논의는 내년 28차 총회에서 이어가기로 했다.
이번 총회의 최대 쟁점은 처음으로 공식 의제에 포함된 손실과 피해 기금 설립에 대한 합의 여부였다. 30여 년 전부터 기금 설립을 촉구해온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이 가속화한 기후변화로 자국이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올해 대홍수로 국토의 3분의 1 이상이 침수되고 1500명 이상이 사망한 파키스탄이 선진국을 적극 압박하고 나섰다. 천문학적 금액의 보상이 우려돼 주저하던 유럽연합(EU)과 미국도 안팎의 비판으로 막판에 마음을 돌렸다. 셰리 레만 파키스탄 기후변화장관은 “이번 합의는 생존을 위해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고 있는 전 세계의 취약한 지역들에 희망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실제 보상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누가, 얼마나, 어떻게 부담할지를 내년 총회에서 논의해야 하는데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의 참여 여부부터 불투명하다. 선진국은 중국도 공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자국이 유엔 분류상 개발도상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위 탄소배출국인 미국은 기후변화 예산에 부정적인 공화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탈환한 점이 변수다. 이미 선진국은 2009년 코펜하겐합의에서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은 전례가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당시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에 202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를 지출하겠다 공언했지만 2016~2020년 평균 지출액은 약 748억 달러에 불과했다.
한편 이번 총회에서는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최대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석유·천연가스 등 모든 종류의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중국·브라질 등 탄소 다배출 국가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결국 최종 결정문에는 지난해의 글래스고합의와 마찬가지로 1.5도 제한 목표와 ‘온실가스 저감 방치가 미비한 석탄 화력발전의 단계적 축소’ 내용만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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