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설문 조사 결과 국민의 36.9%가 진영 논리를 벗어난 협치로 현재의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답했다. 경제 위기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여야가 예산안과 세제 개편안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쓴소리를 낸 것이다.
21일 고영선 KDI 원장대행은 서울 홍릉에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 간담회’에서 국민 1000명과 경제 전문가 405명을 대상으로 이달 초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국민 96.3%와 경제 전문가 97.0%는 현재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에 처했다고 평가했으며, 국민 36.9%와 경제 전문가 29.1%는 이번 위기를 “진영 논리를 벗어난 상생 정치”를 실현해 극복해야 한다고 답했다. 민심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점으로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38.2%)’ 다음으로 협치를 꼽은 것이다.
응답자들은 한국이 중장기적 비전을 달성하는 데 있어 기업의 역량이 가장 필요하다고 평가했으며, 정치권의 역량에 대한 불신은 가장 크게 드러냈다. 비전을 달성하는 데 있어 필요한 주체별 역량에 국민의 67.8%와 경제 전문가의 86.4%는 기업의 역량이 크다고 답했으며, 국민의 51.0%와 경제 전문가의 83.0%는 정치권의 역량은 작다고 평가했다. 국민은 한국이 추구해야 할 비전과 가치로 신뢰 회복 및 사회 통합(45.6%)과 국민의 안정적인 삶 보장(43.0%)을 꼽았고, 경제 전문가는 공정한 경쟁과 기회의 보장(55.3%)과 신뢰 회복 및 사회 통합(37.8%)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번 결과는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과 세제 개편안을 두고 극한 대치전을 벌이는 가운데 발표됐다. 즉 사실상 경기 침체에 돌입한다는 내년 상반기를 앞두고도 여야가 감세 등의 정책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모습에 국민과 경제 전문가들이 쓴소리를 낸 모습이다.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국회 개원 이후 4개월여만인 이날 첫 회의를 열지만 금융투자세와 종합부동산세·법인세·상속세 등 주요 쟁점 법안을 두고 여당은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법안이라고, 야당은 부자 감세 정책이라며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한국 경제가 “복합 경제 위기”에 직면했다며 “과감한 규제 혁파, 기업과세체계 정비 등을 통한 민간 중심의 경제 운용 등 우리 경제의 생산성과 성장 잠재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법인세 인하 등 민간 중심의 경제 운용을 핵심으로 한 세제 개편안과 예산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한 모습이다. 또한 “내년 5월경 국내외 전문가를 초청해 한국 경제가 나아갈 비전과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컨퍼런스를 개최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행사는 1962년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시행 60주년을 기념해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현오석 초대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등 역대 부총리 및 장관 24명과 현정택 전 KDI 원장 등 역대 KDI 원장 7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지난 60년간 한국 경제의 성과와 한계를 되돌아보고, 한국 경제가 당면한 위기 극복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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