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금융 계열사가 선보이는 첫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인 삼성에프엔(FN)리츠가 최근 금융시장 경색에도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IPO)에서 1200억 원의 투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삼성의 ‘스폰서 리츠’로서 내년 상반기 상장 계획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본지 7월 29일자 2면 참조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FN리츠는 지난주 기관투자가 10곳과 프리IPO 투자를 위한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으며 24일 기관들이 1200억 원을 납입할 계획이다. 이번 프리IPO에는 연기금·공제회·보험사 등 장기 투자 성격이 강한 기관들이 주요 투자가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일반 리츠의 프리IPO에는 부동산 투자에 특화된 운용사들이 주로 참여한다”며 “이번 프리IPO에는 투자 기간이 긴 기관들이 대거 들어와 향후 삼성FN리츠의 자금 조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금리 급등에 자본시장의 신규 투자 유치가 얼어붙은 가운데 삼성FN리츠가 자금 조달에 성공한 것은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의 간판 리츠라는 상징성과 안정성이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삼성FN리츠는 삼성이 금융 계열사의 부동산 투자 시너지를 겨냥해 결성해 지난달 국토교통부의 영업 인가를 받은 바 있다.
삼성FN리츠는 삼성생명(032830)과 삼성화재(000810)가 보유한 부동산에 대해 우선매수협상권을 갖기로 해 삼성 스폰서 리츠로서 향후 성장성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전국에 보유한 각종 프라임 오피스나 알짜 부동산을 삼성FN리츠가 투자처로 활용하며 수익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내년부터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응하려면 보유 부동산의 유동화가 중요한 상황이어서 삼성FN리츠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질 수 있다.
IFRS17은 보험사가 추후 지급해야 할 보험금(부채)을 취득원가 대신 시장가치로 평가하도록 규정해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려면 자산 유동화를 통한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K-ICS에서는 보험사가 직접 보유한 부동산에 대한 준비금을 현행 6~9%에서 최대 25%까지 확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삼성FN리츠는 내년 상반기 상장을 추진할 계획으로 리츠 기업공개(IPO) 부문 국내 1위인 삼성증권(016360)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으며 서울 강남구 대치타워와 서울 중구 에스원(012750)빌딩을 삼성생명으로부터 인수해 기초자산으로 삼을 예정이다. 대치타워는 강남권에서, 에스원빌딩은 서울 시청역 인근의 프라임 오피스로 꼽히는데 각각 삼성생명과 에스원 등 삼성 계열사들을 주요 임차인으로 두고 있어 임대 수익의 안정성도 높다는 평가다.
삼성FN리츠는 총 7500억 원 규모로 자산 편입을 완료해 출범할 방침이다. 이번 프리IPO와 향후 증시 입성을 통해 2200억 원가량을 조달하고 나머지는 임대 보증금이나 브리지론 및 삼성의 기존 출자분 등을 통해 충당한다.
프리IPO를 성사시키면서 내년 상반기 중 코스피에 입성한다는 삼성FN리츠의 계획도 순풍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FN리츠는 5.7%의 배당수익률을 내세워 상장을 통해 약 1000억 원을 조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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