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긴축 여파로 경영 환경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자본잠식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자본 확충에 나선다고 하지만 한계기업에서는 결국 대주주가 지갑을 여는 유상증자 외에는 답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가 코스피 상장사들이 제출한 3분기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9개 상장사의 자본이 일부 잠식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손해보험은 3분기 말 기준 자본금 7737억 원, 지배지분 자본총계 513억 원으로 표면적으로 93.3%가 잠식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지배지분을 포함한 자본총계는 1662억 원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항공사 재무 상황도 악화했다. 티웨이항공은 3분기 기준으로 자본금이 961억 원으로 개별 자본총계(318억 원)를 고려하면 자본잠식률이 66.9%였다. 아시아나항공도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 3분기 기준 자본잠식률은 57.3%, 부채비율은 1만 298%였다. 이 밖에 KR모터스(38.49%), 티비에이치글로벌(30.89%), 금호타이어(13.41%), HJ중공업(6.96%), 평화산업(5.41%), 아센디오(3.52%) 등이 일부 자본잠식 상태였다.
주요 기업들은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한화손보 측은 “채권 재분류 영향으로 금리가 상승해 자본잠식으로 보이는 회계상 착시 효과가 발생했다”면서도 현재 사옥 매각과 후순위채 발행, 증자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에 국제회계기준(IFRS17)을 적용하면 자기자본은 3분기 기준 3조 760억 원으로 늘어나 자본 상황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단기자금시장과 채권시장이 모두 막히면서 사실상 남은 수순은 유상증자뿐”이라며 “연말 연초 한계기업들의 유증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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