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가 첫 방송부터 공감을 선사했다.
지난 21일 첫 방송된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극본 홍문표/연출 이윤정)에서는 사회 생활에 이리저리 치이는 직장인 여름(김설현)의 일상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은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온 여름의 모습으로 시작됐다. 학생 때도 성인이 된 지금도, 여름은 온 힘을 다해 뛰지만 정작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갈피를 잃은 상태였다.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새 입사 4년차 출판사 직장인이 된 여름. 여름은 상사에게 고생해 만든 기획안을 빼앗기고도 아무 말 하지 못하고, 자신을 탓하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런 여름은 연이어 발생하는 사건들을 겪으며 지쳐갔다. 6년 만난 남자친구는 여름이 회사 일로 투정하자 시간을 갖자고 통보했다. 설상가상으로 엄마마저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여름은 슬픔에 빠졌다. 그러나 여름이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세상은 달라진 게 없었다. 출퇴근은 반복됐고, 매일 같은 해가 지고 같은 해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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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역꾸역 일상을 살아가던 중 여름은 출근 지하철에서 미처 바라보지 못한 다른 세상을 발견했다. 그동안 정신없이 사느라 놓쳤던, 벚꽃이 휘날리는 봄의 풍경을 본 것. 다시 지하철을 타려던 여름은 마치 자신처럼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는 비닐봉지를 보고 마음을 굳혔다. "나 회사 안가"라고 말한 여름은 서울과 반대편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올라탔다. 한산한 지하철 안에서 여름은 '어쩌면 인생도 이렇지 않을까. 남들과 다른 반대쪽을 향해 가면 좀 더 조용하고 평화롭지 않을까'라며,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 용기를 냈다.
퇴사를 결심한 여름에게 직장 상사들은 막말을 퍼부었다. 사회 생활은 원래 그렇다, 지금은 쉴 때가 아니다, 나가서 네가 뭘 할 수 있냐, 요즘 것들은 견디지 못한다고. 여름은 처음으로 그들에게 속시원하게 제 할 말을 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동안 나는 얼이 빠져 살았다. 낙오하지 않으려고, 욕먹지 않으려고 죽을 듯이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 보니 나를 가장 심하게 욕했던 사람은 바로 나였다'라고 깨닫는 여름의 변화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마지막 배낭 하나만 메고 여행을 떠난 여름의 모습은 짜릿함과 상쾌함을 선사했다. 벚꽃길을 달려 도착한 곳에는 드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가 있었다. 여름은 '월급 238만 원. 그동안 나의 시간과 맞바꿔온 것이다. 이제 나는 그 시간을 오롯이 나를 위해 쓰기로 한다'라고 결심하며, 배낭과 신발을 벗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물결에 몸을 맡기고 하늘을 보는 여름의 모습과 함께 '이제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다. 인생 파업'이라는 내레이션으로 힐링 엔딩을 완성했다.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여름의 모습은 공감을 불렀다. 여름의 고민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 김설현은 인물 내면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열연을 펼쳤다. 이에 시청자들은 여름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공감했고, 여름이 낸 용기에 응원을 쏟아냈다. 여기에 이윤정 감독은 회색빛 도시와 대비되는 청량한 바닷가를 여름의 시선으로 아름답게 펼쳐내며 힐링을 극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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