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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만명 가입한 '제2 건보'인데…실손보험 또 10% 오르나

업계-당국, 인상안 줄다리기 시작

"손해율 높아 두자릿수 인상 불가피"

당국은 고물가 고려해 소폭 고수

갱신주기 도래 3세대가 관건될 듯





내년 실손의료보험료 인상을 두고 금융 당국과 보험 업계가 줄다리기에 들어갔다. 보험사들은 손해율이 여전히 높은 만큼 최대 두 자릿수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금융 당국은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인상률을 최대한 낮추기를 요청하고 있다. 특히 출시 후 5년이 돼 인상 시기를 맞은 3세대 실손보험료 인상 폭이 합의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과 보험 업계는 실손보험 손해율 분석 후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정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매년 11월 말부터 금융 당국과 손해보험사들은 실손보험료 인상을 위한 비공식 논의를 시작해 12월 중순 이후 다음 해 인상률을 확정한다.

보험 업계는 실손보험 손해율이 여전히 130% 내외를 오가는 만큼 10%대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2019년 133.9%, 2020년 129.9%, 2021년 132.3%를 기록했다. 100만 원의 보험료를 받아 130만 원 이상의 보험금을 주는 구조가 유지되는 셈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실손보험 누적 적자는 2031년까지 112조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손보 업계는 손해율이 개선된 자동차보험은 보험료를 인하하기로 했지만 실손보험 손해율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인 만큼 보험료를 상당 폭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2017년 출시된 ‘3세대 실손보험’이 이번에 처음으로 보험료 조정 대상이 된 만큼 3세대 실손보험료 인상률이 합의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손보험은 출시 후 5년까지는 보험료를 인상할 수 없고 5년 후에 최대 25%까지 인상할 수 있다.



실손보험은 가입 시기 등에 따라 4세대로 나뉜다. 1세대 실손보험은 2009년 9월까지 판매됐으며 2세대 실손보험은 2009년 10월∼2017년 3월까지, 3세대 실손보험은 2017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판매됐다. 1세대 상품의 경우 자기 부담 비율이 0%인 만큼 손해율이 가장 높다. 지난해 세대별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을 보면 1세대는 142.5%, 2세대 130.0%, 3세대 116.2%를 기록했다. 특히 3세대 실손보험은 올해 상반기 기준 위험손해율이 120%를 넘는 등 손해율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삼성화재는 3분기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3세대 실손보험에 대해 10% 안팎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1·2세대는 물론 3세대 실손보험 손해율도 치솟고 있는 만큼 두 자릿수 인상이 불가피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인상 폭을 최대한 낮추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손보험은 4000만 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리는 데다가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손해보험사들의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된 만큼 실손보험 인상률이 업계 주장보다는 다소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손보험의 만성적인 손해율 개선을 위해 지난해 금융 당국은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했다. 4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치료에 대한 보험금을 얼마나 받아 갔는지에 따라 보험료가 할증되거나 할인되는 상품이다. 병원을 많이 이용하지 않았다면 기존 실손보험 상품 대비 보험료가 저렴하다. 당국과 보험 업계는 올해 초부터 ‘4세대 전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기존 1~3세대 가입자가 4세대 상품으로 갈아타면 1년 보험료를 50% 할인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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