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그룹이 메리츠화재(000060)와 메리츠증권(008560)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소식에 지주·화재·증권 3사 모두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올 들어 일부 기업들이 핵심 사업부에 대한 ‘쪼개기 상장’으로 비판을 받은 가운데 기업가치를 하나로 뭉치는 그룹의 상반된 행보에 투자심리가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메리츠그룹이 함께 내놓은 주주 환원책 역시 투자자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두 자회사의 주가 상승세가 상장폐지 전까지 지속돼 공매도 세력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138040)와 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 등 3개사는 일제히 상한가로 거래를 마쳤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전 거래일보다 29.91% 오른 3만 47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5월 9일(종가 3만 4850원)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메리츠증권은 전일 대비 29.87% 상승한 5870원, 메리츠화재는 29.97% 뛴 4만 6400원을 기록했다. 올 하반기 들어 가장 높은 종가다.
전날 메리츠금융그룹이 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깜짝 발표가 호재였다. 올 들어 카카오·LG화학·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핵심 사업부를 물적 분할한 후 재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 이슈로 비판을 받은 가운데 메리츠그룹은 이와 정반대되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포괄적 주식 교환 비율은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 각각 1주당 금융지주 0.16주, 1.27주다. 금융지주가 증권과 화재 주주들을 대상으로 주식 교환을 마무리하고 편입 과정이 완료되면 두 자회사는 상장폐지된다.
이번 주식 교환 이후 3개로 흩어졌던 기업가치가 한데로 뭉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주주 이익도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기존 3개 상장사에 적용되던 이중 계산(더블카운팅) 이슈가 배제되고 나면 계열사 합산 이익을 기반으로 한 금융지주의 시가총액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평가한다. 신한투자증권은 메리츠금융지주의 목표 주가를 3만 8000원으로 31% 올려 잡았다. 편입 후 기업가치는 8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이날 시총(4조 4331억 원) 대비 80% 증가한 수준이다. 삼성증권 역시 계열사들의 합산 이익을 기반으로 금융지주의 시총이 30% 내외로 늘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주주 강화 정책도 호재로 작용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편입 후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의 50% 수준을 주주 환원에 활용할 계획이다. 3분기 기준 3개 그룹사의 당기순이익을 기반으로 연간 이익을 가정하면 시가 배당률은 16% 내외가 된다. 이는 업계 내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 밖에 2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에도 나선다.
이번 편입으로 대주주 지분율은 79%에서 47%로 줄어든다. 하지만 계속해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진행되면 전체 주식 대비 대주주 지분율은 다시 올라갈 수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리츠금융지주의 주가가 이미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에 형성돼 있다”며 “소액주주 가치 제고 효과를 위해서는 고배당 정책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시장에서는 메리츠그룹사들에 대한 공매도 투자자들의 손실이 큰 폭으로 불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주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의 공매도 잔액은 각각 316억 원, 100억 원, 64억 원으로 거래 금액 비중은 최대 29% 선에 달했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상장폐지 전까지 빌린 주식을 사들여 갚아야 한다. 향후 공매도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쇼트커버링에 나서면 매수세가 강화돼 추가 주가 상승 효과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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