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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벤처 '큰 손' 네이버, 오늘의집·발란 지분 매각 추진

내년도 '상장 쉽지 않다' 판단

할인율 높여 현금확보에 초점

유진투자證 등 인수협의 나서

침체된 벤처투자 시장에 찬물

네이버의 신사옥 1784.(사진=네이버)




벤처 투자 업계 큰손인 네이버(NAVER(035420))가 보유 중인 스타트업 지분을 대거 매각하는 방식으로 현금 확보에 나섰다.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의 침체로 투자 기업들의 상장이 내년에도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선제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와 발란 등 6~7곳의 투자 스타트업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네이버와 사업적 연관성이 적은 스타트업들을 선별한 것으로 파악된다. 네이버가 알짜 스타트업들의 지분 매각에 나서자 비스톤에쿼티파트너스와 유진투자증권(001200) 등이 벌써 지분 인수에 관심을 갖고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지분 매각 대상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를 직전 투자 유치 당시 평가된 몸값 대비 최대 50%까지 할인율을 적용하며 지분 매각을 논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수익률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빠른 지분 매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가 이들 스타트업에 투자한 시점이 대부분 설립 초기여서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더라도 상당한 규모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측면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벤처 투자 시장 여건이 좋았을 때는 스타트업 지분 매각 시 직전 투자 유치 때와 비슷하거나 10~20% 정도 할인된 가치로 지분을 팔았다”면서 “올 들어 시중금리가 크게 오르고 기술기업의 구주에 대한 할인율도 높아진 사정을 고려해 네이버가 매각 자산의 가격을 책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이번에 매각을 추진하는 지분 중 가장 관심이 모이는 것은 인테리어 e커머스 업체인 ‘오늘의집’이다. 네이버는 오늘의집 전체 기업가치를 약 1조 원 중반대로 평가하고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오늘의집은 지난 5월 투자 유치 당시 2조 원의 몸값을 인정받은 바 있다. 오늘의집은 국내 관련 e커머스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있고,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까닭에 이번 네이버의 매각 지분 중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2018년 50억 원을 투입해 오늘의집 지분 11%를 확보하고 있는데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 최소 1400억 원을 회수, 4년 만에 30배 가까운 투자 수익을 실현하며 대박을 기대할 수 있다.

네이버는 명품 커머스 스타트업인 발란의 경우 다른 투자 기업 지분보다 할인율을 더욱 높게 책정하고 지분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발란은 올 10월 발란은 추가 투자 유치 당시 3000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는데, 여기어 30~50% 수준의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파악된다. 네이버는 2020년 11월 발란에 40억 원을 투자해 지분 약 8%를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는 또 밸런스히어로와 퓨쳐플레이·트리플 등의 투자 지분도 매각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벤처기업에 베팅해온 네이버가 투자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최근 유동성 고갈에 신음해온 국내 스타트업과 벤처 투자 업계는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의 경우 투자 스타트업들에 성장 자금을 추가 지원하거나 협업에 나서는 사례가 많았는데 이번 지분 매각 후 그런 기회들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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