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상황에서 독보적인 기술로 몸값을 키우고 있는 포스코케미칼(003670)이 조만간 미국 현지에 음극재 공장 설립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케미칼이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음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희소성을 앞세워 해외투자를 적극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케미칼은 최근 미국 음극재 생산 공장 설립안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현재 어느 정도 투자의 윤곽이 잡힌 상태로 이르면 다음 달 미국 공장 설립 사실을 공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사장은 이달 초 “미국 완성차 업체 3곳을 포함한 여러 기업과 조인트벤처(JV) 방식의 음극재 공장 증설에 대해 협상하고 있으며 연내 의미 있는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선 민 사장이 언급한 완성차 업체 3곳은 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로 추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국내 배터리사와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음극재 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포스코케미칼이 차기 공장 후보지로 미국을 택한 것은 자연스러운 결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까지 일정 비율 이상 현지에서 생산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포스코케미칼의 현지 진출은 필수라는 진단이다. 특히 전기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큰 미국의 경우 배터리 용량이 많아야 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픽업트럭에 대한 수요가 높아 포스코케미칼이 최근 힘을 싣는 실리콘 음극재 탑재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입장에서도 음극재 시장의 70%가량을 중국 업체들이 장악한 상태에서 포스코케미칼은 이들의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분류된다. 더욱이 현재 양·음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국내 기업은 포스코케미칼이 유일하다. 세계적으로도 이 같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회사는 한 손에 꼽힌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북미 전기차 예상 판매량을 보면 음극재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국내 배터리 3사의 음극재 수요도 30조 원에 달하는데 현 시점에서 그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업체는 사실상 포스코케미칼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양극재·전해액·분리막과 함께 배터리 4대 소재로 불리는 음극재는 배터리의 충전 속도와 수명을 좌우한다. 포스코케미칼은 2010년 LS엠트론의 음극재 사업을 인수한 뒤 양극재와 함께 ‘투트랙 전략’을 취해왔다. 올 상반기 포스코케미칼에서 열린 5번의 이사회 중 음극재 관련 안건만 4건에 달한다.
포스코케미칼은 미국 공장 설립 등을 기점으로 현재 총 연산 8만 2000톤 수준인 음극재 생산능력을 2025년 17만 톤, 2030년 32만 톤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경북 포항에 국내 최초로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을 준공했다. 세종에서는 천연흑연 1공장에 이어 2공장 증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OCI와의 합작법인인 피앤오케미칼을 통해 내년부터 음극재 코팅용 중간 소재인 ‘피치’도 연산 1만 5000톤 규모로 양산한다.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역량도 확충한다. 포스코케미칼은 5월 양·음극재 R&D를 담당하는 세종 에너지소재연구소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내년 3분기까지 이 연구소와 과련한 설비와 기반시설을 꾸준히 확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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