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일연스님이 작성한 '삼국유사'를 비롯한 기록물 3건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 목록에 등재됐다.
26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삼국유사', '내방가사',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록물' 등 3건이 경북 안동에서 열린 '제9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 지역위원회(MOWCAP) 총회에서 아태 지역목록으로 최종 등재됐다. 세계기록유산 아태 지역목록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단위에서 시행되는 기록유산 프로그램이다.
한국은 '한국의 편액'(2016년), '만인의 청원, 만인소'(2018년), '조선왕조 궁중현판'(2018년) 등 3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등재 결정으로 아태 지역목록 유산 목록은 총 6건으로 늘었다.
새로 목록에 오른 삼국유사는 일연 스님이 고려 충렬왕 때인 1281년 편찬한 서적이다. 역사서로 알려졌으나 한반도 고대 신화를 비롯해 역사, 종교, 생활, 문학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룬 종합서다. 당시 동아시아에 자국 중심 주체적 역사관이 형성됐음을 알려주는 기록물로 평가된다.
조선 후기 여성들이 창작한 문학 작품을 한글로 적은 내방가사도 지역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내방가사는 한글을 배우는 용도로 활용됐지만 18세기를 거쳐 19∼20세기에는 여성 문학으로 자리 잡으면서 삶에 대한 회고, 가문 자랑, 여행기 등 여러 주제를 아우르는 기록으로 발전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당시 여성들의 사회적 인식을 담은 기록이자 한글이 사회의 공식 문자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기록물이라는 가치를 인정받아 등재가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록물'은 2007년 12월 충남 태안에서 발생한 대규모 유류 유출 사고의 극복 과정을 담은 문서, 사진, 간행물 등으로, 관련 기록물이 약 22만2000건에 달한다. 태안 사고는 약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힘을 합쳐 사고를 극복한 사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사고 발생 이후의 대응과 방제 활동, 자원봉사 활동, 피해 보상 등을 정리한 기록물은 민관이 힘을 합쳐 환경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인정됐다.
세계기록유산 아태 지역위원회는 2년 주기로 총회가 열린다. 위원회는 유산의 본질과 기원 또는 유래를 증명할 수 있는 진정성, 독창적이고 대체할 수 없는 특성, 유산이 갖는 중요성 등을 기준으로 심사해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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