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금융위원회에 한국공인회계사회의 부실 징계 절차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공회는 교보생명 풋옵션 가치 평가 과정에서 부적절한 공모를 통해 주식 가치를 부풀린 혐의를 받고 있는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의 위법 혐의에 ‘조치 없음’ 의견을 냈다.
29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재판 과정에서 한공회 윤리조사심의위원회가 안진 회계사들을 부실 징계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이번 종합 감사에서 철저한 조사를 통한 엄중한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금융위에 제출했다.
한공회는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금융위의 종합 감사를 받는다. 최근 오스템임플란트·우리은행 등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회계 업계는 부실 감사 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잘못된 회계사들을 징계해야 하는 한공회마저 ‘깜깜이 징계’에 그쳤다는 정황에 금융위 종합 감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앞서 지난해 2월 검찰은 안진 소속 회계사 3명과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FI) 어피니티컨소시엄 관계자 2명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교보생명은 검찰의 기소 직후 안진 소속 회계사들이 독립성과 신의성실의원칙을 준수해야 하는 회계사회 회칙과 윤리규정 등을 위반했다며 징계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한공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한공회는 “법원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 민원을 접수, 처리할 수 없다”며 소송이 종료후 증빙 자료를 첨부해 다시 민원을 제기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한공회는 이후 자료 요청이나 추가 검토 없이 지난해 9월 일방적으로 ‘조치 없음’ 의견을 냈다. 안진 회계사들과 어피니티 관계자들 사이에 주고받은 문서가 244건 이상 있음에도 공모 행위가 아닌 통상적 업무 협의로 본 것이다. 해당 e메일에는 어피니티와 안진이 결국 소송으로 갈 확률이 높으니 가능한 유리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결과 값을 높이자고 공모한 내용이 명시돼 있다. 어피니티와 안진 측은 e메일뿐 아니라 1~3차 보고서 초안은 물론 바탕이 되는 엑셀 파일까지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피니티는 안진 측에 e메일을 보내 가치 평가 방법 등의 수정을 지시했고 그 결과 교보생명 1주당 풋옵션 행사 가격은 시장 가치 대비 두 배 이상 높아졌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한공회의 부실 징계 정황도 재판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9월 열린 4차 공판에서 검찰이 한공회 징계 심의위원에게 “어피니티와 안진의 공모 정황이 담긴 e메일 증거 자료를 본 적이 있나”라고 묻자 그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또 해당 증인은 “안진보고서를 베껴 허위 평가 보고서를 작성해 유죄 판결이 난 삼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최종 징계는 견책이 이뤄졌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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