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29일 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면 10·29 참사 국정조사 보이콧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내비쳤다. 여야가 극심한 진통 끝에 국정조사에 합의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협상이 파기될 위기에 놓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발의하면 국정조사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애초 강제 수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지고 난 뒤 관련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깊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열고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탄핵소추안은 물론 특검 도입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당분간 여야, 대통령실 간 ‘강 대 강’ 대치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의 행위를 두 글자로 줄이면 정쟁, 세 글자로 줄이면 물타기”라며 “(참사의) 원인 규명을 위해 국정조사를 하자더니 정작 행안부 장관을 증인으로 부르지는 않겠다는 말인가”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 같은 기류에 대통령실이 증인 불출석 등 국정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또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발의할 경우 즉각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
그동안 국정조사 협상에 공을 들여온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당의 달라진 기류를 전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철저한 진상조사·국정조사를 한 다음에 책임을 묻고 시스템을 보완하자는 것이 애초 합의의 취지였는데 (민주당이 이를) 깨는 것 같다”며 “노력 끝에 겨우 협치 분위기가 마련된 만큼 타협과 협상으로 어려운 정국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정치가 없어지고 강 대 강으로 가는 것은 국민과 민주당 모두에 좋지 않다”고 각을 세웠다.
다만 민주당이 당초 이날로 예상됐던 해임건의안 발의 시기를 원내지도부 판단에 위임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만큼 국민의힘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유족들의 이 장관에 대한 해임 요구 등 국정조사를 마냥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 이날 중진회의를 마친 주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참여와 관련) 의견이 갈라졌다. 아직 민주당이 확정적으로 해임건의안을 내겠다고 밝히지 않은 상태라 입장을 유보하겠다”며 민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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