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기 속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 마련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대출금리 상승 속도가 상대적으로 완만해 금융 소비자에게 유리한 신잔액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이 여전히 활성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금리가 올라 대출 금리가 빠르게 뛰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금리인상 을 자제해달라는 요청만 할뿐 정작 제도개선에는 소극적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중 신잔액 코픽스 연동 변동형 주담대를 운영 중인 곳은 KB국민·신한·하나은행뿐이며, 우리·NH농협은행은 운영 재개 계획이 없다. 통상 금리 인상기에는 신잔액 코픽스를 기준으로 한 주담대 금리가 신규 코픽스를 연동한 주담대 보다 낮다. 이날 기준 국민은행의 신잔액 코픽스 기준 변동형 금리는 4.94~6.34%로 신규 코픽스 연동 금리인 5.91~7.31%보다 상하단이 1%포인트 가까이 낮다. 같은 날 기준 하나은행의 신잔액 코픽스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는 6.0~7.30%로 신규 코픽스 기준(6.490~7.790%)보다 상하단이 모두 낮다. 하나은행 대표 주담대 상품(하나원큐 아파트론)의 주요 준거금리가 금융채 6개월인 점(6.300~6.900%)을 고려해도 신잔액 코픽스 연동 주담대의 하단 금리가 더 낮다. 신한은행은 가산금리 영향으로 신규 코픽스와 신잔액 코픽스 기준 변동형 금리가 동일한 5.38~6.63%다.
10월 신잔액 코픽스 금리는 공시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2.36%를 기록했지만 신규 취급액 코픽스(3.98%)와 비교하면 아직 1.62%포인트나 낮다. 그렇다 보니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 등을 지나치게 올리지 않는 한 신잔액 코픽스를 연동한 주담대 금리가 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형 금리보다 낮을 수 밖에 없다. 변동형 주담대를 고민중인 차주 입장에서는 다양한 금리 선택의 기회마저 사라진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일부 시중은행들이 변동형 주담대 준거금리를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것과 관련해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판매하는 대출 상품의 금리 조건은 영업의 일환이다 보니 이를 강제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7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자료를 통해 “금리 인상기에 상대적으로 금리상승폭이 완만한 신잔액 코픽스 대출 취급 활성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 9월 ‘변동금리 가계대출 선택 시 소비자 고려사항’ 안내 자료을 발표한 것 외에는 손을 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중은행들이 금리 상승기를 활용한 이자 장사를 통해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 있다는 비판이 노오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관리에 나설 수 있음에도 손을 놓고 있는 점에 대해 이해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1~3분기 국내 은행의 누적 이자이익은 40조 6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3조 7000억원) 보다 6조 9000억 원 증가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잔액 코픽스 연동 대출 취급 실적을 관리하고 있지만 은행들이 판매하는 대출 상품 금리 조건에 관한 내용이고 향후 금리가 하락하면 신잔액 보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더 유리할 수 있어 강하게 (관리)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면서 “다만 최근에 금리가 빠르게 올라 우려가 커진 만큼 새로운 조치를 할 만한게 있는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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