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혼합(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금리 조정 시기가 다가오면서 불안에 떨고 있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올라가 새로 인상된 금리를 적용 받게 되면 처음 대출을 받을 때보다 이자 부담이 두 배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신규로 대출을 받는 차주보다 고정형 주담대를 받아 금리 조정을 받아야 하는 차주들의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서울경제가 시중은행 한 곳에 의뢰해 5년 전 고정형 주담대를 받은 차주의 이자 부담 증가 정도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현재 은행에 내야 할 이자 비용이 5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5년 전 2억 원을 주담대 고정금리로 대출 받았을 경우 최저 금리 3.59%로 매달 내는 이자는 59만 8333원이었다. 하지만 현재 적용되는 금리는 6.32%로 3%포인트가량 뛰었다. 같은 기간 월 이자는 105만 3333원으로 약 50만 원 증가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이자 비용이 두 배 가까이 뛰게 되는 차주들이 오히려 현재 높은 금리로 신규 대출을 받는 차주보다 리스크가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신규로 주담대를 받는 차주는 각자의 자금 사정에 따라 고금리의 이자 비용을 충분히 부담할 수 있다고 보고 대출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지만 5년 전 대출을 받은 차주의 경우 갑작스럽게 뛴 금리를 부담할 준비를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시중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실행되는 은행의 주담대 평균을 보면 3%대에 그친다”며 “이보다 더 큰 문제가 되는 사람은 5년 전 2~3%대에 대출을 받아 최근 갱신하면서 갑자기 6%대의 금리를 적용받는 경우로 그런 차주들이 고민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잔액 기준 은행권 주담대의 평균 대출금리는 10월 3.52%로 집계됐다.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인상하면서 8월부터 전달 대비 0.10%포인트 이상씩 오르기는 했으나 평균 3%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주담대 금리 상단은 현재 7%를 넘고 연말 8~9%대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상단을 적용 받는 차주가 사실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마다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나 대체로 △적금·청약저축·연금신탁 가입 △계열사 카드 이용 실적 △급여 이체 등에 따라 0.1~1%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주담대의 대출 규모가 큰 만큼 0.1%라도 금리를 낮추기 위해 차주들이 적극적으로 우대금리 조건을 채우는 만큼 실제 실행되는 대출금리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새로 적용되는 금리가 너무 높을 경우라면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5년 전 고정형 주담대를 받은 차주의 경우 중도 상환 수수료 없이 다른 상품으로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은행 등 금융권 역시 이런 차주들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5년 전 처음 대출을 실행할 때와 차주의 상황이 많이 바뀐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