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무소속)에게는 한국전에서 꼭 골을 넣어야 하는 이유가 크게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월드컵 통산 득점 기록이다. 호날두는 19경기 8골을 기록하고 있다. 필생의 라이벌인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도 8골(30일 현재)이라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알짜’팀들만 남는 16강 토너먼트부터는 골 넣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한국전 골을 단단히 벼를 수밖에 없다.
포르투갈 대표팀 역대 월드컵 득점 2위인 호날두는 남은 경기에서 반드시 1골을 더 넣어야 ‘흑표범’ 에우제비우와 최다골 공동 1위(9골)가 된다. 이번이 다섯 번째이자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라 어느 때보다 골이 ‘고프다’. 29일 우루과이전(2 대 0 승)에서는 브루누 페르난드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크로스에 헤더를 시도한 뒤 골 세리머니를 했다. 처음에는 호날두의 헤더골로 알려졌으나 머리에 닿지 않은 페르난드스의 골로 곧 정정됐다. 공인구 ‘알릴라’ 제조사인 아디다스도 30일 “(호날두의 헤딩 시도 순간) 공 내부의 전자 센서에 진동이 감지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호날두는 3일 0시(한국 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제대로 된 ‘호우 세리머니’를 선보이려 한다. H조 조별리그 가나와 1차전(3 대 2 승)에서 넣은 페널티킥 선제골로 월드컵 5개 대회 연속 득점 대기록을 작성하기는 했지만 필드골이 절실하다. 현재 ‘무소속’이라 골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게 한국전에서 반드시 득점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다. 맨유는 23일 상호 합의에 따른 계약 해지라며 계약 기간이 6개월여 남은 호날두와 작별을 발표했다. 상호 합의라고 하지만 사실상 방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호날두는 월드컵 개막 직전 공개된 인터뷰에서 맨유 구단 수뇌부와 감독을 싸잡아 ‘저격’해 파문을 일으켰다. 좁아진 팀 내 입지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었다.
30대 후반의 호날두는 경쟁력 높은 리그에서 충분히 활약할 기량을 아직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 구단이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말고는 영입에 관심을 보이는 구단이나 리그가 잘 보이지 않는다. 호날두는 한국전에서 증명해야 할 것들이 많다.
한국은 어느 때보다 골 욕심이 강한 호날두의 상황을 잘 이용해야 한다. 카드를 받지 않는 선에서 집요한 수비로 짜증을 유발해 성질을 돋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앞서 맨유와 관련한 폭탄 발언이 공개된 뒤 포르투갈 대표팀 전체가 호날두에 대한 질문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비슷한 맥락으로 경기장 안에서 호날두를 조급하게 해 ‘트러블 메이커’로 만들면 흐름을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다. 다만 페널티 박스 안에서 접촉은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 호날두는 페널티킥 유도에 가장 능한 공격수 중 한 명이다. 가나전에서 얻은 페널티킥에 대해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 멤버가 “천재적”이라며 감탄했을 정도다.
2019년 프로축구 친선전에서 발생한 ‘호날두 노쇼’ 사태 뒤 한국 팬들에게 남은 앙금이 그대로인 것도 호날두와의 격돌이 흥미로운 이유다. 호날두는 우루과이전에서 81분 동안 슈팅 3개, 키 패스(슛으로 연결된 패스) 3개를 기록했고 가나전에서는 87분간 골문으로 향하는 유효 슈팅 2개를 포함해 슈팅 4개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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