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SK가 2300억 원 모집에 8600억 원 어치 주문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1000억 원 어치 모집한 2년물과 3년물에 각각 2700억, 4150억 원, 300억 원 규모로 발행하는 5년물에도 1750억 원이 모였습니다. 채안펀드도 1100억 원을 지원하며 힘을 보탰습니다.
지난달 29일 1800억 원 규모로 나선 하이투자증권도 5410억 원의 인수 주문을 받았지요. DGB금융지주(139130)가 보증을 서 'AAA'로 발행된 가운데 금리는 5% 후반대로 높아 증권사 리테일(소매) 부서의 참여가 많았습니다. 10월 말 이후 한 달 만에 재개된 회사채 시장에 다소 온기가 도는 모습입니다.
이번 SK 수요예측에서 괄목할 만한 것은 국민연금의 투자 스탠스인데요. 그간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높은 가산금리를 요구하며 투자에 소극적이던 국민연금이 기업의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가 평가한 기업의 평균 금리)와 비슷한 수준(par)으로 참여했다는 겁니다. 국민연금은 SK 회사채에 민평금리 대비 2년물 +1bp(1bp=0.01%포인트), 3년물은과 5년물 각각 0~+1bp로 주문을 넣었습니다. 최근 국고채 금리가 많이 낮아지면서 회사채 스프레드(동일 만기 국고채와 회사채의 금리 차)가 크게 벌어져 회사채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자 물량을 꼭 받아가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물론 금융당국에서 국민연금에 적극적인 시장 참여를 독려한 것도 영향을 미쳤겠지요. 이달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둔화되고 국고채 금리가 낮아지면서 시장에 드디어 '지금이 금리 고점'이라는 기대감도 나오는 분위기입니다.
연말이라 유동성이 없고 많은 기관들이 이미 북클로징(투자 마감)을 한 만큼 회사채 주요 투자자인 보험사 등 주요 기관들이 다 나서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는데요. 다음주 진행하는 SK텔레콤(017670)의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이보다 더 많은 수요가 모여 발행금리를 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신용도가 'AAA'로 가장 높고 현재 민평금리도 5.338%로 국고채 대비 1.6%포인트나 높기 때문입니다. 연말 회사채 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내년 초 자금 조달을 준비하는 그룹사들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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