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론 머스크에 인수된 트위터가 중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백지 시위’가 확산되는데 중요한 매개체가 되고 있다. 2011년 아랍의 봄, 미투 운동 등을 확산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트위터의 진가가 또 다시 발휘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머스크가 창업한 테슬라의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아 중국 당국의 압박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3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백지시위 참가자들은 트위터를 통해 시위 관련 상황을 속속들이 공유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소셜미디어에 대한 검열이 강화되자 인터넷 우회 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정보와 사진, 동영상 등을 공유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2009년부터 트위터 접속을 차단했지만 현지 젊은 층들은 VPN을 사용해 해외 사이트에 접속해왔다. WSJ은 백지시위 참가자들이 당국의 검열에서 자유로운 외국에 머무는 트위터 사용자들을 통해 중국 내 상황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리 선생(老師)’이라는 트위터 이용자는 백지시위가 시작된 이후 시위 관련 자료가 담긴 메시지를 초당 수십건씩 받고 있다고 했다. 시위 전에는 하루 종일 오는 메시지 건수가 수십건이었다. 리 선생은 지난 2020년 5월 중국 내 검영상황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해당 계정을 개설했다. 그이 팔로워수는 시위 전보다 세배 늘어 현재 75만9000명에 달한다.
문제는 트위터가 최근 테슬라 창업자인 머스크에게 인수됐다는 점이다.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각계의 비판을 무릎쓰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우파 인사들의 계정을 복구했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테슬라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시위와 관련한 내용을 단속해달라는 중국 정부의 압박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일본 메이지대학 객원교수인 인권활동가 패트릭 푼은 “중국 당국이 시위 관련 자료 공유를 막기 위해 트위터에 압박을 가하거나 관련 계정을 해킹하려 시도할 수 있다”면서 “머스크와 트위터가 권위주의 정권의 해킹으로부터 사용자를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시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트위터에서는 중국내 시위 관련 키워드 검색에서 봇(bot: 스팸 자동 발송 소프트웨어)을 이용한 가짜 계정으로 올린 것으로 보이는 포르노와 스팸 등이 나오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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