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열 무역협회 회장이 “2023년 내년 무역환경은 올해보다 더 어두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진이 게속될 뿐 아니라 통화긴축으로 글로벌 경제가 하강 국면에 진입된다는 이유에서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무역협회는 전날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에서 열린 ‘제59회 무역의날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2년 수출입 평가 및 2023년 수출입 전망을 발표했다고 1일 밝혔다. 구 회장은 “코로나19 여파는 한층 누그러졌으나 여전히 세계 경제 발목을 붙잡고 있고 러·우 전쟁은 세계경제의 또 다른 돌발변수였다. 미·중 갈등은 어느새 진영 대립으로 확산됐고 세계무역기구(WTO) 중재기능이 무력화되면서 보호무역주의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화물연대의 두번째 파업으로 수출물류가 마비되고 고금리로 인한 자금난, 만성적인 인력난도 우리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 회장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 수출순위가 지난해 7위에서 6위로 오르는 등 한국 수출이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면서도 내년 무역환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대내외 무역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내년 수출과 수입은 올해보다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러·우 전쟁 종전과 같이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조속히 해소될 경우 우리 무역이 기대 이상으로 크게 회복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덧붙였다.
무역협회는 내년에도 올해에 이어 무역수지가 마이너스권에 머물 것이라 전망했다. 올해 무역수지 적자폭을 450억 달러를 추정했는데, 내년에는 -138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내년도 수출·수입 규모라 모두 올해보다 줄어들 예정인데,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감소하면서 적자 규모는 올해보다 작아진다고 내다봤다. 수출규모는 러·우전쟁 장기화와 통화긴축에 따른 주요국 경기부진으로 4% 줄어든 6624억 달러, 수입 규모는 국내 경기 둔화 및 유가 하락에 따라 8% 줄어든 6762억 달러로 예상된다.
13대 수출 주력품목 중에서는 선박·디스플레이·무선통신기기·자동차·자동차부품을 제외한 8개 품목(반도체·석유제품·철강·석유화학·가전·섬유·일반기계·컴퓨터)의 수출 여건이 악화될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의 예상 하락폭이 15%로 가장 크다. 무역협회는 “반도체의 경우 전방사업인 IT기기 수요 감소와 반도체 단가 하락으로 수출이 15% 감소할 전망”이라면서도 “하반기부터는 서버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의 수출 감소폭도 9.4%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수출대상국인 중국의 수요가 코로나 봉쇄조치 등으로 감소하고 있고, 설비도 증측되며 글로벌 공급이 늘어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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