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부족에 처한 롯데건설을 지원한 롯데그룹이 KDB산업은행을 비롯해 4대 시중은행과 일본 미즈호은행 등 7곳에서 1조 7000억 원의 대출을 끌어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자금 2조 7000억 원 조달을 사실상 완료하게 됐다. 다만 대출금리가 최근 대기업의 경우 평균 5% 중반인 것을 고려할 때 이보다 높은 8% 안팎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업 인수합병(M&A) 시 활용하는 인수금융 금리보다는 낮게 책정된 것이라는 평가다. 재계와 금융계는 올해 일진머티리얼즈와 한샘 인수 등 빅딜을 다양하게 벌인 롯데그룹이 내년 이후 유통 부문 등에서 비효율 사업의 정리 및 매각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011170)은 최근 KDB산업은행·신한은행·KB국민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은행)과 일본 미즈호은행 등 7곳에서 공동 대출(신디케이션론) 형태로 1조 7000억 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전체 대출 중 산은이 가장 많은 4000억~5000억 원 수준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 자금 시장의 경색에도 롯데그룹과 우호 관계가 탄탄한 일본 미즈호은행이 공동 대출에 참여하며 물꼬를 텄다. 금융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은 비교적 글로벌 금리 상승의 영향을 덜 받는 데다 롯데가 일본 현지에 보유한 부동산 등 자산도 많아 미즈호가 적극성을 보였다”고 전했다.
최근 롯데건설에 1300억 원의 대출을 지원한 영국계 SC은행 역시 담보 여력이 비교적 낮아도 향후 사업성을 고려하며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SC은행은 신세계그룹의 지난해 G마켓 인수 때도 대출 방식으로 저리의 대규모 자금을 지원했다.
은행들이 최근 신규 대기업 대출 평균 금리보다 높게 금리를 책정한 것은 M&A 거래로 리스크가 있고, 실제 차주는 롯데케미칼이지만 실제로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대금으로 투입되는 것 등이 고려된 때문이다. 아울러 산은이 자금을 조달하는 산금채 금리가 4.99%에 달하는 등 금융기관의 조달 비용도 상승하는 추세여서 7% 후반에서 8% 초반의 대출금리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근 인수금융 금리는 10%에 육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
롯데그룹은 총 2조 7000억 원에 달하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금 중 1조 원은 자체 조달하고 나머지는 외부에서 마련하는 밑그림을 짰다. 1조 원 중 2700억 원의 계약금은 롯데케미칼이 실제 인수 주체인 롯데배터리머티리얼즈USA에 유상증자를 통해 납입했다. 나머지 약 7000억 원은 롯데케미칼이 내년 1월 실시할 유상증자 등을 통해 조달해 2023년 2월까지 인수 대금을 완납할 예정이다.
IB 업계는 롯데그룹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시점에 롯데건설의 대규모 자금 조달 필요성이 겹쳐 재무적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대규모 투자와 기업 인수를 잇따라 단행한 롯데그룹이 내년에는 구조 조정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실적이 저조한 유통 계열사와 식품 사업 일부는 우선 정리 대상으로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홈쇼핑 사업과 롯데 계열 유통사들의 오프라인 점포 일부도 매각 대상으로 꼽힌다. IB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일부 사업 매각을 위해 초기 검토를 진행 중이라 내년에는 구조 조정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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