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에서 원자재 가격 변동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도록 하는 ‘납품단가연동제’ 법제화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현행법과 충돌하는 결함으로 시장경제 원리를 훼손하는 부작용만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원가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못한 채 중소기업이 원하는 대로 단가를 올려주거나 원자재 가격이 하락해도 단가를 다시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4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가 합의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위·수탁 계약 시 납품대금 1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원재료의 가격 변동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도록 약정서 기재를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을 위반하면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다. 여야 모두 납품단가연동제를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어 본회의 통과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납품단가연동제는 시장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사적 자치에 따른 계약’ 원칙을 훼손하는 데다 현행법과의 충돌로 부작용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업이 하청 계약을 맺을 때만 외국 기업보다 유리한 대우를 받게 돼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위반할 소지도 있다. 정부는 ‘쌍방 합의 시 연동제를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조항을 활용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재계에서는 규제를 한 번 만들면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법제화에 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원자재 가격이 3월을 정점으로 하락 국면에 돌입해 6개월 시범 사업 결과를 보고 법제화를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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