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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뚫고 6900억弗 수출 '사상 최대'…글로벌 5강 넘본다

■59회 무역의 날

2년 연속 수출액 6000억弗 돌파

반도체·자동차가 수출물량 증가 주도

14년만에 적자지만 對美·EU 수지 개선

전기차 등 8대 신산업 비중 갈수록 커져

아세안·중남미 통상협력 확대도 기대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역대 최대치인 6900억 달러를 달성할 전망이다. 지난해 실적인 6444억 달러를 넘어서며 2년 연속 ‘6000억 달러’ 선을 돌파한 것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 둔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와 미국의 통화 긴축 등 대내외 무역 여건이 좋지 않는 상황에서 일궈낸 성과인 만큼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4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수출은 지난해에 이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부터 20개월 연속 월 수출 500억 달러를 넘기며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양적 성장세를 유지한 결과 올 한해 누적 수출액 6900억 달러라는 기록 경신을 앞두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 순위(1~9월 기준)도 중국·미국·독일·네덜란드·일본에 이은 6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순위였던 7위보다 한 계단 더 올라선 것이다. 중계무역국인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사실상 ‘수출 5강’의 반열에 오른 셈이다. 수출 5위인 일본과의 수출액 격차도 339억 달러로 역대 최소로 축소됐다.

제59회 무역의 날 기념 포토행사가 열린 지난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광장에서 직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주목할만한 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와 미·중갈등 심화 등으로 세계 경제가 분절화되는 흐름 속에서도 우리나라 수출이 양적 성장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출단가와 수출물량이 모두 플러스 변동률을 유지 중이다. 지난해 수출단가지수 증가율과 수출물량지수 증가율은 각각 17%와 8%였고, 올해(1~9월)도 8.5%와 4.3%를 각각 기록했다. 올해 수출물량 증가는 반도체와 자동체가 주도했고, 수출단가는 석유제품과 철강제품 등 원자재 관련 품목이 견인했다.

이런 가운데 무역수지는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적자로 전환됐다. 무역협회가 추정한 올해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450억 달러다. 수출액은 역대 최고지만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한 배경에는 ‘에너지 수입’이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수입액이 급등했을 뿐 아니라 산업 부문의 에너지 수요까지 회복되며 원유·천연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1~10월 무역수지가 전년 동기 대비 702억 달러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무역적자 규모(355억 달러)의 2배에 달한다.



무역협회는 우리나라의 무역적자 규모가 다른 제조기반 수출 강국과 비교할 때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무역협회 관계자는 “최근 무역수지 악화는 우리나라와 독일, 일본 등 제조 기반 수출 강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적자 대부분이 중동 산유국에 집중된 반면 대(對)미국, 대유럽연합(EU) 무역수지는 오히려 개선됐다”고 말했다.

우리 수출이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다. 차세대 반도체와 전기차 등 신산업 품목의 수출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고부가가치’ 수출로 전환되고 있다는 평가다. 수출의 신성장 동력을 담당하는 ‘8대 신산업’의 수출이 3년 연속 두자리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그 방증이다. 8대 신산업에는 차세대 반도체, 바이오헬스, 차세대 디스플레이, 에너지신산업, 전기차, 첨단신소재, 항공·우주, 로봇 등이 포함된다.

올해에도 이들 신산업 수출의 증가율(1~10월)이 11.5%로 전체 수출 증가율(10.3%)를 상회했으며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역대 최대 수준인 19%로 올라섰다. 품목별로 보면 전기차의 수출 증가율이 41.8%로 가장 높았고, 항공·우주(40.7%), 차세대 반도체(12.1%), 차세대 디스플레이(12.1%) 등도 두자리수 수출 증가율을 보였다.

서비스 수출도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1~9월 기준 서비스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한 1001억 달러다. 같은 기간 상품 수출 증가율인 12.1%보다 높은 증가율이다. 부문별로 보면 운송의 수출 증가유리 32.7%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가공서비스(27%), 건설(21.1%), 개인·문화·여가(17.2%), 유지보수(12.9%), 여행(11%), 지식재산권(1.3%) 등이 이었다.

특히 지식재산권 수지의 경우 올해들어 연간 기준 최초 흑자 달성이 예상된다.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지난해 하반기 최초로 4000억 달러를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됐는데, 올해 상반기에도 3조700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한 만큼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최초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는 세계 각국으로의 통상 협력을 확대하며 수출 다변화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2월 발효된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을 비롯해 한·캄보디아 자유무역협정(FTA), 한·인도네시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등으로 아세안(ASEAN) 국가들과의 협력이 깊어졌고, 12년 만에 걸프협력회의(GCC)와의 협상도 재개됐다. GCC는 우리나라 대중동 교역의 75%를 차지하는 주요 시장으로, 에너지·자원 분야 중요 협력 대상이다. 멕시코·칠레 등 중남미 국가와의 FTA 협상에서는 상품 및 서비스 교역을 넘어 공급망 재편, 탄소중립 등 최근의 무역환경 변화를 반영한 논의를 추진 중이다. 또 11월21일 한·싱가포르 디지털통상협정(DPA) 정식 서명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디지털 통상규범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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