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회장직 취임 이후 아랍에미리트(UAE)로 떠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이번주 재판 일정까지 건너뛰고 현지에 계속 체류할 것으로 보인다. 주말 이후까지 UAE에 체류하며 원전을 비롯해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등 미래 먹거리 사업 기회를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6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오는 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삼성물산(028260)·제일모직 합병 의혹 1심 재판에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 늦어도 7일께 법원에 불출석 사유서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앞서 지난 4일 그룹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UAE로 전격 출장을 떠났다. 이번 이 회장의 출장에는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028050) 최고경영진들도 함께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지난달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마르크 터 네덜란드 총리,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와 잇따라 면담할 때에도 그 전날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낸 바 있다.
이 회장이 재판에 참석하지 않기로 한 만큼 이번 UAE 출장은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 초까지도 계속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 회장이 지난해 12월 3박 4일 일정으로 UAE를 다녀온 점을 감안하면 올해에는 그 일정이 한참 더 길어지는 셈이다. 당시 이 회장은 아부다비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당시 왕세자)을 만났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이번 방문 때도 무함마드 대통령을 만나 현지 사업 계획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 사람은 2019년 2월에도 아부다비와 삼성전자의 경기 화성사업장을 교차로 방문하는 등 깊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고(故) 셰이크 할리파 빈 자이드 알나하얀 전 UAE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할리파 전 대통령은 무함마드 대통령의 형이다.
재계와 정치권에서는 이 회장이 우리 정부와 UAE를 잇는 가교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도 윤석열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이달 중순께 UAE에 방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아부다비는 180억 달러를 투입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인 ‘마스다르 시티’를 건설 중이다. 삼성도 5G와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UAE에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고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UAE는 원전과 관련한 주요 수출 대상국으로도 꼽힌다.
삼성전자 측은 이 회장 일정에 대해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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