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데이터 기반 경제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 경제는 디지털 전환 확산으로 시장 거래가 가격 대신 데이터에 의해 이뤄지는 새로운 현상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동안 상품 가치는 상품별 미묘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가격 정보로 압축돼 나타났다.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ICT), 특히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상품 가치는 가격 정보에 다양한 질적 데이터 정보가 추가돼 산정되고 있다.
운전 서비스의 경우 과거에는 서비스 가치가 운전자별 차이와 무관하게 요금 정보로만 계산됐다. 이제는 AI 덕택으로 운전 습관, 이력 등 다양한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질적 정보가 추가됐다. 주로 가격에 의존했던 시장 거래가 이제는 상세한 데이터 정보에 의해 이뤄지는 셈이다.
데이터 기반 경제가 지연될 시 기업 경쟁력은 약화되고 경제 전체의 성장은 후퇴하거나 둔화한다. 2010년대 후반 다수의 일본 생명보험 회사들이 수익성 악화로 파산할 무렵 후코쿠생명은 IBM의 AI ‘왓슨’을 도입해 거꾸로 생산성을 높이며 살아남은 예가 있다. 스페인에서는 1998∼2016년 로봇 도입 기업들의 고용이 50% 증가했다. 반면 이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들은 20% 감소했다. 로봇 도입 기업은 생산성을 늘리고 고객 수요에 일대일 맞춤형으로 대응하면서 경쟁력을 높인 데 반해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시장에서 도태된 것이다.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은 기업 내부의 의사 결정 과정에도 확산되고 있다. 과거 기계화나 자동화가 주로 제조업에서 이뤄졌다면 이제는 서비스업은 물론 인사·투자 등 기업의 전문적 의사 결정 과정에도 적용된다.
관련 시장도 팽창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2%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가트너는 전 세계 기업들의 내년 소프트웨어(SW) 관련 지출이 올해보다 11.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보기술(IT) 서비스 관련 지출은 7.9%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규모는 수조 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AI 등 디지털 전환 잠재력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 따르면 올해 우리의 디지털 경쟁력은 63개국 중 전년 대비 4단계 상승한 8위를 기록했다. 신기술 적응도는 1위, 사업 능력은 2위, 과학기술은 3위에 각각 올랐다.
문제는 규제다. 스위스 IMD는 우리의 디지털 규제 순위를 23위로 평가했다. 데이터 기반 경제 전환에 있어 핵심 문제는 다름 아닌 규제다. 타다금지법, 위헌 결정이 난 로톡금지법, 직방금지법, 메타버스진흥법 등 수많은 입법 남발이 문제다. 아무리 산업 진흥 차원에서 도입을 추진한다 해도 이는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을 것이다. 산업과 시장이 아직 형성 중이고 기술 방향과 비즈니스 모델조차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선의로 추진된 지원 정책조차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 기반 경제 구축, 민간의 창의성과 혁신성이 마음껏 발휘되도록 정부 개입을 늦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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