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월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쏟아낸 경기침체 우려에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2%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44%, 1.03% 떨어졌는데요.
포문은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가 열었습니다. 그는 미국이 내년에 경미하거나 심각한 침체가 올 것이라고 했고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도 침체에 무게를 뒀지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나 디스커버리 같은 주요 금융사들도 소비 둔화를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침체 우려에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도 한때 연 3.51%까지 내려갔는데요.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전날보다 배럴당 3.5%(2.68달러) 떨어진 74.25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침체 공포가 시장을 뒤덮었는데요. 어제의 서비스업 우려에 이어 원투 펀치를 더 맞은 꼴입니다. 종목별로는 자율주행차 생산시점을 2026년으로 늦춘 애플이 2.54% 하락했는데요. 오늘은 금융사 CEO들이 어떤 말을 했고 이를 어떻게 봐야 할지, 금리·증시 전망과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다이먼 “인플레가 가계저축 갉아먹어 기준금리 5%로 부족할 수 있어”…솔로몬 “내년 울퉁불퉁한 한해 될 것 침체 대비해야”
우선 미국 최대은행인 JP모건체이스를 이끄는 다이먼 CEO의 말부터 보죠. 그는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경제가 강하고 소비자들의 상황이 좋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모든 것을 갉아먹고 있다. 코로나19 때 쌓은 초과저축 1조5000억 달러는 내년 중반께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을 내다볼 때 이런 것들은 경제를 탈선시킬 것이며 내년에 사람들이 걱정하는 경미하거나 심각한 경기침체를 불러올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관심은 경미(mild)할 거냐, 심각(hard)할 거냐인데, 다이먼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경제 허리케인이 오고 있다고 한 것에 대해 “먹구름이 많이 모이면 허리케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며 “리스크 매니저로서 모든 것을 대비하는 것”이라고만 했는데요. 그럼에도 내년에 경기침체를 피하지 못할 것 같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죠.
다이먼은 또 최종금리(terminal rate·터미널 레이트)에 관해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가 5%가 되면 인상을 중단한 뒤 3~6개월 유지할 것 같다”면서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끈적끈적해 금리를 더 올려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도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는데요. 그는 이날 블룸버그TV에 나와 “내년은 불확실한 시기가 될 것이며 울퉁불퉁(bumpy)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며 “내년에 침체가 가능하다고 본다.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긍정적이었던 브라이언 모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CEO는 소비 증가율이 줄어들고 있다고 했는데요. 그는 경미한 침체를 심각하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외부적으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격화나 대만 문제의 심화, 유럽의 소비 등이 있다”며 “미국을 보면 소비가 경제를 이끌고 나가는데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그것은 멈추거나 감소하는 게 아니라 성장 정도가 낮아지고 있다”고 봤습니다. 다이먼 역시 유럽에서의 전쟁, 중국과의 지정학적 긴장 등을 우려했는데요.
추가로 모니한은 “추수감사절과 사이버 먼데이의 매출증가율이 전년 대비 3%”라며 “소비를 보면 그들은 큰 물건에는 돈을 덜 쓰고 체험이나 경험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카드사 디스커버리 역시 소비둔화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로저 호스차일드 디스커버리 CEO는 “소비지출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면서도 “지출 규모가 9월 14%에서 10월 11%, 11월 9%로 최근에 둔화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여전히 절대적인 수준에서 강하지만 인플레이션 탓에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는 뜻이죠.
또 다른 카드사 싱크로니의 얘기는 좀 더 적나라합니다. 브라이언 웬젤 싱크로니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유소와 식료품점의 소비형태가 미국 소비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첫번째 신호일 수 있다”며 “(소비자들은) 연료를 꽉 채우는 대신 자주가고 급여일 주변에 소비를 하려고 한다”고 전했는데요. 이어 “고객과의 콜렉트 콜을 들어보면 이들은 임대료 상승을 한탄하고 있다”며 “집세를 낼 수 없고 휘발유와 식료품 때문에 죽겠다는 말들을 한다. 인플레이션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정리하면, △내년 침체 가능성이 높다. 정도는 알 수 없으나 심각할 가능성 배제 못해 △미국경제의 주축인 소비가 아직 견고하나 둔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중국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내년에도 크다 등인데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쏟아져 나오는 침체 우려를 직시해야 할 듯합니다. 우크라이나 드론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러시아 본토 비행장을 공격한 것도 확전 우려를 낳고 있는데요. 앤 보비노 S&P 글로벌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얕은(shallow) 침체를 예상하고 있다”고 했지만,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 고문과 제이미 다이먼은 심각한 침체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월마트 “인플레 압박 지속 고객 더 선별적으로 구매”…“향후 10년 글로벌 성장률 3.6%→3% 미만으로”
실제 월가 금융사들은 내부적으로 비용과 인력축소를 검토하고 있는데요. 이것 자체가 침체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크다는 방증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직원 보상비용 압박이 크다고 했고, BofA는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모건스탠리는 직원 2%(2000명가량) 감원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기도 좋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 스콧 존슨은 내년도 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점쳤는데요. 올해 추정치 3.2%보다 크게 하락하는 겁니다. 2.4%는 2009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의 코로나19 침체를 빼고 199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인데요.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가 내년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를 2% 미만으로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2075년까지의 장기 경제전망을 하면서 향후 10년 간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금융위기 이전 3.6%에서 3%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는데요. 고령화와 노동력 성장 둔화에 성장률은 점차 낮아지는 쪽으로 간다는 겁니다. 당장 내년만이 아니라 구조적인 성장 둔화의 늪으로 빠지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미국 상황을 조금 더 보면,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의 CEO 스콧 커비는 “내년을 낙관적인 생각으로 맞이하고 있다”면서도 “2023년에는 연준이 일으키는 완만한 침체가 올 수 있다”고 점쳤는데요. 비즈니스 여행은 계속 늘고 있지만 일반 여행객들의 수요가 정체라는 겁니다.
유니온 퍼시픽 철도의 랜스 프리츠 CEO 역시 “주택시장이 분명히 둔화했고 택배는 확연히 둔화하고 있다”며 “연준이 경기둔화와 수요파괴를 통해 우리 모두를 공격하려고 하고 있다. 좋지 않다”고 불만을 표시했는데요. 물류는 경기를 판단할 수 있는 주요 잣대 가운데 하나죠.
반면 제너럴모터스(GM)의 메리 바라 CEO는 “여전히 소비자들이 강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아무래도 코로나19 때 차를 못산 수요가 아직 더 가는 측면이 있는 듯한데요.
소비의 바로미터인 미국 최대 대형 마트 월마트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는 이날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예산을 더 의식하는 고객들이 있다”며 “인플레 압력은 일부 품목에서 지속하고 있으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고객들은 이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는데요. 그는 “고객들이 더 선별적으로 구매하며 일부 전자제품은 사지 않고 건너 뛰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즉, 먹거리 같은 필수품은 안 살 수 없으니 사야겠지만 전자제품처럼 코로나19 기간 동안 한번 샀거나 참고 더 써도 되는 것들은 바꾸지 않는다는 건데요. 인플레 때문에 소비가 양극화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되겠습니다. 신용카드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도 플래티넘 카드의 연회비를 450달러에서 695달러로 올렸음에도 회원 수가 최근 몇 년 간 두 배로 늘었다고 하는데요. 인플레이션에도 특정 항목, 특정 계층(고소득층)은 소비를 이어갈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어느 수준에서 얼마나 오래가느냐가 중요한데요. 일단 연준의 금리 판단의 주요 요소 가운데 하나인 인플레이션 기대를 보면 9일 나올 미시간대의 1년 인플레이션 기대가 4.9%로 전달(11월)과 같을 것으로 보입니다. 5년 이상도 3.0%로 같은데요.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고정돼 있긴 하지만 추가적인 개선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13일로 예정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경우 이날 오후 기준으로 아직 예측 기관 수가 4곳으로 적지만 전년 대비 7.3%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10월에는 7.7%였는데요. 최저치는 7.2%, 최고는 7.5%로 모건스탠리가 7.2%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전월비로는 0.3%로 1달 전(0.4%)에 비해 다소 개선되는 것으로 나오죠.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CPI는 전년 대비 6.1%로 10월(6.3%)보다 0.2%포인트(p) 낮아지고 전월비로는 0.3%로 같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전망치와 어느 정도 비슷하게 나오느냐, 오차 시 그 범위가 얼마냐에 따라 시장이 크게 움직일 수 있겠습니다.
“美 증시, 11월 CPI에 많은 것 달려”…“내년 침체 땐 S&P 3750 vs 하반기에는 좋을 것”
이어서 증시 상황 알아보죠. 에릭 스터너 아폴론 웰스 매니지먼트의 CIO는 “이번 주의 하락은 투자자들이 강한 데이터에 매파적인 연준이 (높은 금리를) 더 오래 갈 것이라는 판단에 지난 주의 상승폭을 반납한 것”이라고 봤는데요.
당분간은 11월 CPI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스테파니 링크 하이타워 CIO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보다 11월 CPI가 더 중요할 수 있다”며 “예상보다 낮은 좋은 수치가 나온다면 연말까지 멋진 랠리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반대로 울프리서치는 “베어마켓(약세장)이 끝나지 않았다”며 “지금 수준보다 25~35%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봤죠.
내년에도 상황이 그렇게 좋지는 않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수석 미국 주식 전략가는 이날 “S&P500이 내년 말 3750~4000 사이에서 끝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는 큰 상승이 없겠지만 경기침체가 있고 어닝이 11% 정도 감소한다면 3750에 마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내년 실적 전망을 낮춘 기업들이 많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3600까지 빠질 수도 있다는 게 코스틴의 생각입니다. 이날 S&P는 3941.26에 마감했는데요.
침체와 인플레이션, 추가 긴축 등 여러 우려가 뒤섞여 있다 보니 내년 초까지 상황을 봐야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옵니다. TD아메리트레이드 증권에 따르면 개인고객들은 11월에 주식을 순매도 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상황이 불확실하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는 건데요. 세리티 파트너스의 파트너 짐 레벤탈은 “지금 당장은 내 전망에 대한 신뢰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며 “새해 첫 6주 이내에 증시 방향이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렸던 것처럼 내년 상반기는 나빠도 하반기는 좋을 수 있다는 낙관론자들도 여전한데요. 찰스 슈왑의 리즈 앤 손더스는 “우리는 여전히 약(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긴축)을 먹어야만 하는데 이는 약한 경제와 노동시장을 의미한다”며 “핵심은 약을 빨리 먹는 게 나은지 나중에 먹는 게 나은지인데 빠른 게 낫다. 2023년 후반기 전망은 상반기보다 낫다”고 강조했습니다.
어쨌든 경기침체 가능성에 채권투자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겠는데요. 이날 10년 물 미 국채 외에도 30년 만기 국채금리가 3.52%까지 떨어졌고(가격상승) 2년 물도 한때 4.33%까지 낮아졌습니다. 미국 내 개인 투자자들도 채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요. 블룸버그는 “월가에서 채권을 싫어했던 이들이 느리지만 확실히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시장의 불확실성 여전한데요. 1차로는 11월 CPI와 12월 FOMC가 분수령이 될 듯합니다. 현재로서는 침체 얘기에 최종금리 전망치가 5.00~5.25% 수준에서 내년 하반기에는 더 낮은 금리, 즉 금리인하 쪽 확률이 1~2%p 안팎씩 오르면서 전반적으로 약간 줄어드는 모양새인데요. 더 많은 데이터를 얻을 때까지 변동성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생방송] :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섬머타임 종료로 매주 화~토 오전7시55분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방송에서는 ‘3분 월스트리트’ 기사 추가 설명과 질의 응답(Q&A)이 이뤄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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