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독주 중인 수소전기차 시장에 도요타·BMW 등 주요 완성차 제조사가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글로벌 수소차 시장 규모 자체가 커지는 만큼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셈이다. 현대차(005380)도 수소트럭을 유럽과 국내 시장에서 조기에 선보이고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의 개발 목표를 올려 잡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도요타는 수소 승용차 2세대 ‘미라이’를 이달 중국 시장에 선보인다. 우선 100여 대의 차량을 단기 렌털, 차량 호출 서비스에 투입해 인지도를 높인 뒤 소매 판매도 시작할 예정이다. 신형 미라이는 기존보다 성능을 대폭 끌어올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를 850㎞로 늘렸다. 현대차 넥쏘(609㎞)보다도 주행거리가 200㎞ 이상 길다. 도요타는 나아가 미라이에 적용한 수소연료전지를 픽업트럭인 ‘하이럭스’에도 이식해 내년부터 본격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수소차 ‘클래리티’를 판매 중인 혼다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R-V’를 수소 모델로 개조해 2024년부터 양산한다. 전기차처럼 배터리를 전기로 충전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차별화를 꾀할 예정이다.
수소차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완성차 업체는 일본 기업뿐이 아니다. 유럽 제조사들도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BMW의 경우 지난해 공개한 수소 콘셉트카 ‘iX5’를 이달 5일부터 시험 생산하기 시작했다. iX5는 BMW가 도요타와 함께 개발한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한 모델로 내년부터 일본에 출시된다. 그간 수소차에 회의적인 시선을 갖고 있던 폭스바겐마저도 최근 독일 에너지 기업과 수소연료전지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각국 정부가 수소차 산업 육성에 지원책을 쏟는 점도 이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배경이 됐다.
현대차도 이 같은 흐름에 정공법으로 맞서고 있다. 현재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누리는 독점적 지위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에서다. 시장조사 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10월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넥쏘를 9591대 팔아 점유율 59.2%를 확보했다. 2위 도요타 미라이(17.9%)와 41.3%포인트나 격차를 벌렸다.
현대차는 앞으로 대형 수소트럭 등 경쟁력 있는 제품을 중심으로 주요 시장을 선점하고 차세대 연료전지의 기술 수준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양산한 ‘엑시언트 수소트럭’을 앞세워 유럽 상용차 시장에서 이미 그 경쟁력을 입증 받고 있다. 완충 시 570㎞를 주행할 수 있는 엑시언트 수소트럭은 최고 출력이 기존 디젤 모델을 압도하는 476마력에 달한다. 2020년 10월 유럽에서 운행을 시작한 엑시언트 수소트럭은 지금까지 스위스에 47대가 수출됐다. 8월에는 독일에도 27대를 공급했다. 현대차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날 국내 고객에게도 엑시언트 수소트럭을 판매하기 시했다. 기존 판매 일정을 앞당긴 결정이다. 현대차는 이를 발판으로 수소트럭의 공급처를 유럽 전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3세대 수소연료전지의 개발 목표도 최근 상향했다. 현재 넥쏘와 엑시언트 수소트럭에 적용된 수소연료전지는 2세대 제품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8월 31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H2 MEET’ 전시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넥쏘의 뒤를 이을 수소차의 경우) 성능과 내구성 측면에서 시스템을 더 개발하고 있다”며 “조만간 좋은 상품으로 시장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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