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쟁 당국이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합병을 사실상 수용했다.
항공 업계에 따르면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이르면 내년 1월 26일, 늦어도 3월 23일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9일 밝혔다. 앞서 CMA는 합병 후 항공권 가격 인상과 서비스 하락이 우려된다며 독과점 해소 조치안을 제출하라고 대한항공에 요구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의 인천~런던 노선 신규 취항을 제안했고 CMA가 이를 수용했다. 업계에서는 CMA가 양사의 기업결합을 사실상 승인한 것으로 해석한다.
CMA는 대한항공이 합병 이후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의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을 최대 주 7개까지 버진애틀랜틱에 제공하도록 했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히스로공항 슬롯을 주 10개, 주 7개씩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합병 후 아시아나항공의 슬롯을 모두 버진애틀랜틱에 넘기라는 뜻이다. 버진애틀랜틱이 슬롯을 모두 활용해 주 7회 운항하면 합병 후 국적사의 인천~런던 운항 횟수는 주 17회에서 10회로 줄어든다.
대한항공은 버진애틀랜틱의 인천국제공항 슬롯 확보도 지원하기로 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 후 독점 해소를 위해 공항 슬롯 재분배를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인천공항도 버진애틀랜틱에 슬롯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적사 항공기가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인 슬롯을 외항사에 넘기면 한국의 항공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대한항공은 신규 항공사에 슬롯을 제공하는 건 경쟁 기반을 보장해주기 위한 일반적인 시정조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버진애틀랜틱이 인천~런던 노선을 포기하거나 최소 기간 운항하지 않으면 국적사를 포함한 모든 항공사에 슬롯 취득의 기회가 다시 돌아간다.
대한항공은 현재 영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에서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다. 영국이 합병을 승인하면 미국과 유럽의 심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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