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동지’로 불리는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민주당은 정 전 실장이 구속 기소되자 앞서 그가 낸 사표를 수리했다. 검찰 수사의 칼날이 최종 종착지인 이 대표를 본격적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9일 정 전 실장을 특가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앞서 압수수색 영장에서는 정 전 실장을 이 대표의 ‘정치적 공동체’로 적시했지만 이번 33쪽 분량의 공소장에서는 두 사람과의 관계를 ‘정치적 동지’로 구체화했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측근이던 정 전 실장이 민간 업자들과 유착해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그 대가로 거액의 사익을 취득하는 등 지방 권력을 사유화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우선 정 전 실장이 2013년 2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성남시 정책비서관, 경기도 정책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 이른바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대장동 사업 진행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7회에 걸쳐 총 2억 4000만 원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다. 이는 당초 구속영장에 기재된 1억 4000만 원보다 1억 원 늘어난 규모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정 전 실장을 구속한 후 추가 수사 결과 뇌물액이 1억 원 늘어났다”며 “2013년 4월께 대장동·위례 개발 사업과 관련한 편의 제공의 대가로 받은 것으로 관련자들의 진술과 물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정 전 실장은 대장동 사업에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김만배 씨 등 민간 업자들의 보통주 지분 중 24.5%(공통비 공제 후 428억 원)를 나눠 갖기로 약속한 혐의(부정처사후수뢰), 위례 신도시 개발 사업에서 비공개 내부 자료를 민간 업자들에게 유출해 210억 원 상당의 이익을 챙기게 한 혐의(부패방지법 위반)를 받는다. 또 지난해 9월 29일 검찰이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유 전 본부장에게 휴대폰을 창밖으로 던지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있다.
검찰이 대장동 일당에 이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 전 실장까지 기소하면서 최종 목표는 이 대표에 대한 수사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 전 실장의 공소장에 이 대표와의 공모 관계는 적시되지 않았지만, 정 전 실장이 이 대표의 측근이라는 점 등 의혹의 맥락을 유추할 수 있는 표현들을 세세히 담았다.
결국 대장동 사업의 특혜를 둘러싼 의혹은 이 대표의 영향력 아래서 이뤄진 일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에 검찰은 이 대표를 소환하기 위한 준비 절차에 조만간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대장동 비리 전반에 대해 제기되는 의혹을 확인하고 있다”며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혐의 유무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2019년 9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정 전 실장에게 2회에 걸쳐 6000만 원의 뒷돈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추가 기소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21년 9월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정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휴대폰을 창 밖으로 던진 혐의(증거인멸)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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