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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공연에 감동받는 모습보며 사명감 느껴"

■소방관 밴드 '투인치'

수많은 복지단체서 잇단 '러브콜'

관객 취향따라 선곡도 직접 맡아

밴드명은 화재 진압 때 쓰는 수관

화재 땐 공연 직전에 무산되기도

소방공무원 봉사 밴드 ‘투인치’의 멤버 김승범(왼쪽부터·중부소방서), 조재영(강북소방서), 신준희(서울소방재난본부), 노수현(노원소방서), 박태훈(노원소방서) 씨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욱 기자




“소방공무원이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이 가장 많은 직종이거든요. 처음에는 드럼도 치고 기타도 치고 노래도 부르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자기계발 같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런데 복지시설 등에 공연을 나가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거동이 불편하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공연을 볼 수 없는 분들이 저희 공연을 보고 즐거워하고 고맙다고 말씀을 하시는 것을 보고 오히려 저희가 힐링됐거든요. 재능을 기부하고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보람이고 행복입니다.”

서울시 소방공무원 밴드 ‘투인치’는 9일 서울경제와 만나 “취미로 시작한 밴드 활동으로 감동 받고 외로움을 달래는 분들이 계시는 것을 보고 더욱 사명감이 들었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2004년 즈음 결성된 투인치는 시간이 흐르면서 원년 멤버들도 교체가 됐지만 후임으로 멤버들이 꾸준히 들어오면서 소방공무원들은 물론 복지 단체에서 ‘BTS급 섭외 0순위 스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밴드명인 투인치는 불을 끌 때 쓰는 수관 중 가장 굵고 힘이 센 2인치에 착안한 것으로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강력한 힐링을 선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투인치는 사회복지협회에 봉사 단체로 등록해 공연이 필요한 이들을 찾아가 위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소방공무원 행사에서도 이들은 BTS 등 아이돌 못지않은 스타로 통한다. 보컬을 담당하는 신준희 씨는 “임직원 격려 행사를 비롯해 직원 결혼식, 선배님들 퇴임식, 신입 직원 행사 등에서도 공연을 한다”며 “노원구·도봉구 등에서도 1년에 한 번씩 찬조 공연을 무료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봉사 공연을 해온 투인치는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 동천의 집 공연을 꼽았다. 박태훈 씨는 “동천의 집은 중증 지체장애인들이 계신 곳으로 거동이 불편하셔서 어디를 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런데 저희가 공연을 하니 몸이 불편하신데도 같이 춤을 추고 노래도 따라 부르시는 장면이 마음에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노수현·김승범 씨는 “코로나19와 같이 전염병이 퍼져서 야외 활동을 못하던 때였다”며 “그 공연 이후 앞으로는 이런 시설을 중심으로 봉사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소방공무원 봉사 밴드 ‘투인치’의 멤버 김승범(왼쪽부터·중부소방서), 조재영(강북소방서), 신준희(서울소방재난본부), 노수현(노원소방서), 박태훈(노원소방서) 씨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욱 기자


봉사 활동이지만 기다려주고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는 관객들이 있기에 연습은 필수고, 관객들이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작성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관객에 따라 선곡도 달라지고 편곡도 직접 한다. 최근 자주 선택하는 곡은 싸이의 ‘아버지’, 윤도현밴드의 ‘나는 나비’,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 등이다. 투인치는 “가족이나 인생에 관한 노래를 많이 고르는 것 같다”며 “옛날 노래들도 반응이 좋은데 리메이크도 많이 돼서 젊은이들도 좋아하는, 그런 세대를 아우르는 곡들을 중심으로 정성껏 고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멤버 조재영 씨는 최근 들어 개인 레슨도 받고 정식으로 음악 공부도 하고 있다. 그는 “학창 시절 음악을 하고 싶었을 만큼 음악이 로망이었는데 우연히 봉사 밴드를 시작하면서 잊었던 꿈도 다시 떠올리게 됐다”며 “비록 K팝 가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저희를 필요로 하고 원하는 이들에게 보다 완벽한 공연을 선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뜨거운 반응에 자기도 모르게 흥이 나고 힐링이 돼 휴일에도 시간을 쪼개서 연습하지만 그렇게 공을 들여 놓고도 정작 출동 명령이 떨어지면 모든 것을 멈추고 현장에 달려가야 하는 게 소방공무원의 운명이다. 이들은 “리허설까지 끝냈는데 상계동 고물상에서 6월에 큰불이 났다”며 “소방서의 가용 자원 전체가 동원될 정도의 사고였고 전 직원이 투입돼야 해 공연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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