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고 큰 눈을 밤에도 번뜩이는 부엉이는 지혜의 상징이다. 로마 신화 속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그리스 신화의 아테나)는 저녁 산책 때마다 부엉이를 데리고 다녔다고 전한다. 부엉이는 풍요의 상징이기도 하다. 부엉이가 둥지에 먹이를 많이 모아두는 습성에 기인한 속담 ‘부엉이 곳간’이 있을 정도다.
화가 이영미는 그래서 부엉이를 그린다. 자신의 그림 속 부엉이에게는 특별히 ‘부흥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이영미의 두 번째 개인전 ‘부흥이의 선물’이 12일까지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인사1010에서 열린다. 부엉이를 소재로 한 신작 42점이 선보였다.
나무 위에 자리 잡은 부엉이, 그믐달 끝에 걸터앉은 부엉이 등 다양한 작업을 만날 수 있다. 민화 호작도(虎鵲圖)에서 까치 자리에 부엉이를 앉힌 재치 있는 작품도 눈길을 끈다. 부엉이는 호랑이 꼬리 뿐만 아니라 소의 꼬리에도 앉은 채 큰 눈을 부라린다. 단순하고 과감한 구도는 유화 물감을 겹겹이 쌓아 올리고 긁어내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거친 질감과 조화를 이룬다.
이 작가는 “부흥이 소리는 밤을 지새는 누군가에게 희망을 전하는 소리”라며 “부엉이 곳간처럼 우리 삶의 곳간도 기다리고 바라던 것들로 채워지기를 소망해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굳센 화강암 표면처럼 거친 현실이라는 캔버스 표면을 밀고 올라오는 선과 색은 우리의 의지이며 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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