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빨랐던 한국은행 금리 인상 행보가 막바지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가 3.25%인 가운데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금융통화위원 6명 중 3명이 적정 최종금리 수준을 3.50%로 보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은 내년 중 한 번, 많아도 두 번이면 끝날 가능성이 크다.
기준금리는 이미 중립금리 범위의 상단 또는 이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으로 경제 전반의 금리 민감도가 높아진 상태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초래하지 않는 금리 수준인데 이보다 낮으면 완화적, 높으면 긴축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중립금리는 이론적 개념인 만큼 계량모형을 통해 추정할 수밖에 없는데 연구 결과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 우리나라 중립금리 수준은 2~3%로 추정된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최종금리 수준을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지다. 이미 금리가 긴축적 수준이라면 지속 기간만큼 금융 시장이나 실물 경제에 미칠 영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시장은 이미 기준금리 인상 기대까지 반영하고 있다. 통화정책 기대가 반영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9일 기준으로 3.657%로 지난 9월 26일(4.548%)과 10월 21일(4.495%) 대비 큰 폭으로 내렸다. 기준금리 3.50%도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0월 21일 4.632%로 정점을 지나서 이달 9일 3.491%로 떨어졌다.
하지만 한은은 금리 인하를 언급하기 이르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먼저 이 총재는 지난달 24일 최종금리에 도달한 뒤 1년 정도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시기를 못 박아 유지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최종금리에 도달한 이후에도 금리를 낮추기 위해서는 한은은 물가 수준이 목표 수준으로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증거를 충분히 확신한 이후에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이 좋고 지금 논의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 통화정책보고서 발표 당시에도 비슷한 맥락의 질의응답이 나왔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성장 하방 우려가 커지면서 최종금리 3.5%보다 낮아져야 한다고 보는 것은 아니냐’라는 질문에 “물가가 한은이 목표로 하는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증거가 확인될 때까지는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물가에 중점을 두는 것이 맞다”고 답변했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는 2%다. 소비자물가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10월 5.7%에서 11월 5.0%까지 떨어졌지만 이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기저효과 영향으로) 11월은 굉장히 예외적인 달이 될 것”이라며 “11월과 12월 물가 상승률 자료가 많이 떨어지더라도 ‘아, 이제 갑자기 물가 안정됐구나’ 이런 해석을 하는 것에 상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물가 하락과 금리 인하 기대에 선을 그은 상태다.
문제는 ‘물가가 목표 수준에 수렴한다는 증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률이 3%대에서 2%대로 내려오면 된다는 것인지 아니면 2.0%까지 떨어져야 한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목표 수준으로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는데 ‘충분히’를 어떻게 해석할지도 불분명하다.
조사국 전망대로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하반기 5.6%에서 내년 상반기 4.2%, 하반기 3.1%로 낮아진다. 연간 전망치로 살펴보면 올해 5.1%, 내년 3.6%에서 2024년 2.5%로 점차 하락하면서 2%대로 내려오게 된다. 내년 경제 침체가 깊어질수록 물가 하락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가장 큰 변수는 금통위원들의 판단 기준이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금통위원은 물가가 확실히 2% 수준으로 내려와야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금통위원은 물가가 2%대까지 떨어지지 않더라도 경제 성장이나 금융 안정까지 고려해 금리 인하를 주장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인플레이션 대응이 시급했기 때문에 금통위원들이 합심해 금리를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고물가에도 경제 성장률 하락, 금융시장 불안 등 각종 변수가 등장하면 정책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정책 성향이 갈리게 되는 셈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최종금리 지속 기간은 대부분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10월 최종금리 5.25%는 4개월간 유지됐고, 2008년 8월 5.25%는 불과 2개월 만에 끝났다. 2010~2011년 금리 인상기 땐 최종금리 3.25%가 11개월 동안 이어졌다. 1년 3개월 이상 기준금리를 동결했던 사례를 보면 대부분 금리 인하 영향을 지켜봤던 시기다. 최종금리까지 금리를 올리고 나서 실물 경제나 금융 시장에 미치는 통화 긴축 영향을 장기간 지켜본 사례가 드물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가 언제부터 안정됐다고 말할지 정확한 숫자를 말할 수 없고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인플레이션에 경제 성장이나 금융까지 고려하기 시작하면 단순히 물가만 볼 때보다 (물가 안정을) 생각하는 범위는 넓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Bank of Korea)을 중심으로 경제학계 전반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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