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물 관련 산업이 커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국내 투자 업계에서도 이 분야에 점차 관심을 늘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민간 기업이 대형화하고 스타트업도 여럿 생겨나는 추세여서 이런 분위기 형성에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정KPMG는 최근 낸 '국내 물산업 현황 및 이슈' 보고서에서 전세계 물 분야 투자 규모가 2020년부터 2030년까지 1037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010~2020년 772억 달러 대비 34.3% 증가한 수치로 도로, 철도는 물론 통신과 전기 등 다른 인프라 산업 보다 규모가 크다. 보고서는 물 제품 제조업과 건설업, 수자원 시설 운영 및 정화업, 시설 설계 및 엔지니어링 등을 물산업으로 분류했다.
국내 물 산업은 꾸준히 성장세를 나타내면서 2020년 기준 관련 사업체 수는 총 1만6990개로 집계됐으며, 최근 4년 간 연평균 8.9% 증가했다. 관련 매출액은 연평균 5.9% 늘어난 46조5726억 원이다.
향후 물 산업 성장세는 전세계적인 물 부족 심화 현상에 따라 더 가팔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내 1인당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우려돼 2025년 인구 5207만 명 기준 1인당 가용 국내 1340㎡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2005년 1453㎡ 대비 10% 가량 줄어든 수치다.
투자은행 등 자문이나 컨설팅 업계에서는 이 분야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투자의 군불을 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내에 1970~1980년대 만들어진 상하수도관 노후화까지 진행되면서 향후 수자원 관리의 필요성이 증대될 것으로 내다보는 것이다. 다만 국내에서 이 분야는 아직까지 정부와 공공이 주도하고 있어 민간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이 낮은 편에 속한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삼정KPMG는 "해외에서는 정부와 민간 기업이 협력해 수자원을 관리하게 되면서 대형화 된 위탁업체들이 탄생했다"며 "국내 물 산업은 20인 미만 영세기업이 대다수라 기술개발, 사업화, 해외시장 진출이 어려운 특징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 산업에서 국내에 좋은 기업이 탄생하려면 향후 디지털 기술개발과 관련 부품 등 소재개발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가 요구된다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투자업계에서 주목 받는 스타트업이 여럿 생겨나면서 수자원 관리의 기술적 고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수질을 모니터링해 빌딩, 학교 도시에 제공하는 미국의 케토스(KETOS)와 휴대용 솔루션 키트를 활용해 수원지 화학물질을 측정하는 캐나다의 프레드센스(FREDsense) 등이 대표적 사례다.
투자은행 관계자는 "수처리 기술과 물관리 공법을 고도화한 기술 기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업계의 적극적인 투자가 요구된다"면서 "한국이 강점을 갖는 도시개발과 발전 사업에서 물 산업과 동반 진출 전략을 구축하면 글로벌에서 사업 기회를 엿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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