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역 농협·신협에서 고금리의 특판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상호금융권 상품에 가입한 금융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개별 조합의 건전성·안정성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지역별 조합에서 판매하는 특판에 대한 중앙회의 관리·감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직원의 실수로 목표 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모집해 고객에게 해지를 읍소하는 조합에서는 보상 기준을 올리며 저조한 해지율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협중앙회와 농협중앙회는 전국 조합의 특판 판매 현황에 대한 자체 조사에 돌입했다. 최근 동경주농협·남해축산농협·합천농협·제주사라신협 등 네 곳의 조합에서는 8~10%대 고금리 적금 상품을 특판으로 판매했다가 고객을 상대로 해지를 읍소하고 있다. 한도를 설정하지 않거나 대면 상품을 비대면으로도 허용하는 등의 실수를 저질러 목표 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모집된 탓이다. 금융감독원이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에 특판 금리, 한도 등 내부통제 시스템 관련 보고를 촉구하자 중앙회에서도 자체 점검에 나선 것이다.
신협중앙회와 농협중앙회는 현재로서는 추가로 특판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나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불안감이 높다. 재테크 커뮤니티에서는 사고가 발생한 네 조합과 비슷한 시기에 특판을 판매한 다른 조합에도 문의 전화를 했다는 후기가 쏟아졌다. 금융 소비자들은 개별 조합의 건전성·안정성에 상관없이 어느 조합에서나 이번 같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특판 사고를 낸 제주사라신협·동경주농협·합천농협은 내부 경영 등급에서 1등급을 받았다. 예적금 가입 전 경영 등급, 유동성비율, 순자본비율 등을 따져보는 체크리스트가 이번 사태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개별 조합의 특판에 대한 중앙회 차원의 관리·감독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협의 경우 개별 조합이 특판 판매 전 사전 계획을 중앙회에 보고하는 절차가 있으나 농협·새마을금고는 관련 절차가 없다. 사고 이후에야 농협중앙회는 한도 설정 등 전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새마을금고는 연간 특판 횟수만 5회로 제한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상호금융권이 1금융권에 비해 디지털화가 늦었고 관리 시스템도 은행과 달리 허술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장 고객에게 해지를 읍소하는 조합들은 저조한 해지율을 높이는 게 과제다. 동경주농협은 이날 오전 “(이번 특판으로) 100억 원이 목표인데 90배인 9000억 원이 입금됐다”며 “상호금융업 감독 규정에 의거해 경영 부실 농협으로 수시 공시 사유가 예상되고 이로 인해 농협이 파산됨과 동시에 고객의 예금 손실이 우려된다”고 공지했다. 동경주농협·합천농협·남해축산농협은 당초 적금 불입액의 연 5%를 일할 계산해 보상해주는 데서 적금 가입 금리로 올려 보상해주기로 변경했다. 조합에 따라 8.2~10.35%의 금리가 적용돼 보상액이 늘어나게 된다.
금융권의 고위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중앙회에서 5000만 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해주기 때문에 굳이 해지를 하지 않으려 하겠지만 조합 입장에서는 많은 고객이 해지해줘야 살 수 있다”며 “중앙회도 이렇게 모집된 자산을 어떻게 운용할지 고민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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