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공석이 된 사외이사진을 정치권 출신 인사들로 대거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질 논란으로 신임 사외이사가 임명 열흘도 되지 않아 중도 낙마한 한수원이 또다시 전문성보다는 보은 인사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달 윤위영 전 영덕군청 부군수와 이상효 전 경북도의회 의장, 전충렬 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을 비상임이사(사외이사)로 임명했다. 신임 윤 이사는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상주시장 예비후보에 출마한 바 있다. 이 이사의 경우 과거 한나라당 시절부터 경북도의회에서 4선 의원을 지낸 대표적 여권 인사다. 전 이사 역시 박근혜 정부 당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쳐 정갑윤 국회부의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여권 인사다. 한꺼번에 신임 사외이사진에 이름을 올린 3명 모두 한수원 본사가 자리한 대구·경북(TK) 출신의 여권 정치인들인 셈이다. 사외이사로서의 전문성에도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한수원은 지난달 초 사외이사의 자질 논란으로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고 모 씨의 경우 자유한국당 당원협의회 활동과 숙박업소 운영 등 발전 업무와는 전혀 무관한 경력이 논란이 되면서 결국 취임 9일 만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를 두고 여당 내부에서도 “한수원이 전력을 생산하는 회사로 알고 있는데 전력 생산보다는 야놀자와 경쟁하려나 보다”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9월 상임감사에 임명된 최익규 감사 역시 한나라당 시절 지역구 사무국장을 지낸 여권 출신 인사로 수십 년간 감사원에서 근무한 경력의 전임 감사들과 비교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수원 사외이사는 임원추천위원회 추천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 등을 거쳐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하지만 구체적인 선발 근거는 공개되지 않는다. 통상 연간 10회가량의 이사회에 참석해 주요 정책 등을 결정하고 임기 2년에 약 3000만 원의 연봉을 지급 받는다. 원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권 시절부터 낙하산 인사는 고질적인 문제였는데 새 정부에서도 여전하다”며 “보은 인사 차원의 정치권 낙하산 인사들이 해당 기업과 업종에 대한 전문성을 토대로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감사·사외이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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