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김진표 국회의장의 ‘법인세 1%포인트 인하’ 중재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난항을 거듭하던 내년도 예산안 협상에도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 정부안(25%→22%)보다는 후퇴한 내용이라 침체된 경기와 기업의 활력을 되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의장은 자신이 제시한 예산안 협상 데드라인인 15일 양당 원내대표를 불러 마지막 중재안을 공개했다. 김 의장은 앞서 법인세를 3%포인트 인하하되 2년간 유예 기간을 두는 중재안을 제안한 바 있다.
김 의장이 이날 발표한 중재안에는 법인세 1%포인트 인하와 함께 또 다른 쟁점이던 행정안전부 경찰국 및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등 대통령령으로 설립된 기관 관련 예산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법률 개정을 거치지 않고 설립된 만큼 여야 협의를 통해 입법적으로 해결하거나 권한이 있는 기관들의 적법성 여부에 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예비비로 지출할 수 있도록 부대 의견으로 담을 것을 제안했다.
김 의장은 “대한민국의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주고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중재안을 낸 이유를 설명했다. 법인세에 숨통을 틔워 외국인의 직접 투자를 가속화시키고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시급한 예산 집행이 가능한 여건을 국회가 하루 속히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이 경우 지방정부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첨단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한 조례 개정 등을 통해 추가적인 경감 조치를 별도로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법인세 인하에 대한 야당의 우려를 최소화하면서 정부 여당이 원하는 만큼의 실질적인 감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 셈이다.
정기국회 회기일(9일)을 일주일가량 넘겨서도 협상의 진척을 이루지 못한 여야 원내지도부를 향해서는 따끔한 질책도 아끼지 않았다. 김 의장은 경찰국 등 예산의 중재 방안을 설명하면서 “대통령령으로 설립된 기관 예산이 5억 원밖에 안 된다”며 “639조 원 중 5억 원의 의견을 좁히지 못해 타협을 이뤄내지 못하는 것은 민생 경제는 안중에도 없이 명분 싸움에 사로잡힌 전형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 중 여야가 합의해서 합의문이 국민들에게 발표된다면 국회에서 늦어도 내일까지는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정안에 따라 처리해주실 것을 부탁 드린다”고 당부했다.
김 의장의 중재안에 ‘초부자 감세 반대’ 기조를 굽히지 않았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반응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고심 끝에 대승적 차원에서 이번 국회의장의 뜻을 존중하고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장 중재안 수용 이유에 대해서는 “국회의장 중재안이 우리 민주당 입장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려운 민생 경제 상황을 고려해 이 같은 결단을 내렸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상인적 현실감각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여당이 이(예산안) 협상을 핑계로 시간을 끌며 (10·29 참사) 국정조사를 회피하는 것을 막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을 향해 의장 중재안에 대한 조속한 수용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국정을 책임져야 할 정부 여당이 예산안 처리를 방치하는 이 무책임한 상황을 언제까지나 내버려둘 수는 없다. 정부 여당도 의장 중재안을 수용해주길 바란다”며 “오늘 중으로 예산안 협상을 매듭 짓고 늦어도 내일(16일) 중에는 처리를 완료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주당의 전격 수용에도 국민의힘은 김 의장 중재안에 신중한 모습이다. 1%포인트에 그치게 될 법인세 인하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법인세를 1%포인트 낮춘다는 게 사실은 언 발에 오줌 누기”라며 “국제적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 전쟁 중인데 (법인세가) 1%포인트 내려간다고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리돼야 할 사안이 많아 (중재안을 받을지 여부를) 응답하기가 적절치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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