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6일 김진표 국회의장의 ‘법인세 1%포인트+지방세 인하’ 중재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내년도 예산안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는 상황을 강하게 질타한 김 의장은 “경제를 살려내고 취약 계층을 돕는 이 수레바퀴를 국회가 붙잡고, 늘어지고, 못 굴러가게 하는 거 아닌가”라며 19일을 새로운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여야는 김 의장의 중재로 이틀 연속 만나 협상을 벌였지만 법인세 등 주요 쟁점을 놓고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의장께서 (법인세 최고세율 24%) 중재안을 냈지만 대만(20%)이라든지 싱가포르(17%)와 경쟁하기 어려워 선뜻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권이 교체됐으니 더불어민주당이 첫해에는 정부가 소신대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사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야당의 양보를 촉구했다.
같은 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도 용산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우리 기업이 높은 법인세 부담을 안고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없다”며 “법인세 인하 혜택은 소액주주와 노동자, 협력 업체에 골고루 돌아간다”며 여야의 적극적인 예산안 협조를 촉구했다.
반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그동안 예산안 처리 원칙에 양보에 양보를 해서 더 이상 양보할 것이 없는 게 솔직한 상황”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어 “특히 윤석열 대통령께서 더 이상 독불장군식 가이드라인 제시를 하지 말고 국회와 여야 판단을 온전히 존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여당은 행정안전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과 관련해 ‘여야 협의를 거쳐 입법적으로 해결하거나 적법성 결정이 있을 때까지 예비비를 쓴다는 부대 의견을 넣자’는 방안 역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 원내대표 간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사실상 예산을 감액하는 것이고 그동안 민주당이 얘기했던 ‘두 개 기관은 적법하지 않다’고 했던 주장을 받아들이는 거 아니냐”고 부연했다.
여야는 김 의장이 중재한 두 가지 핵심 쟁점 외에도 임대주택·지역화폐·기초연금·금융투자소득세 등 다른 쟁점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원내대표는 “정부 등과도 의견을 나누겠다”며 조속한 예산안 합의를 약속했지만 타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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