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회계당국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에 상장된 중국기업에 대한 회계 감리 권한을 전면적으로 행사했다. 이에 따라 뉴욕 증시에 상장된 약 200개의 중국 기업들은 일단 상장폐지 위협에서 벗어나게 됐다.
1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 본토, 홍콩에 소재한 회계감사 법인에 대한 완전한 감리 권한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PCAOB는 최근 홍콩에 조사 인력을 파견해 2곳의 현지 회계법인에서 국영회사를 비롯한 중국 8개 기업의 회계 감사 기록을 감리했다. 감리 결과는 내년에 발표될 예정이다.
미국은 지난 10년 이상 중국의 기업 회계 감사의 불투명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하지만 중국은 국가 보안을 이유로 감사 기록에 대한 미국 감리당국의 접근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미 의회가 2020년 말 자국 회계 기준에 따른 감리를 3년 연속 거부한 중국 기업을 미국 증시에서 퇴출할 수 있도록 한 ‘외국회사문책법(HFCAA)’을 제정함으로써 당장 2024년 초부터 알리바바, 바이두 등 뉴욕에 상장된 약 200개의 중국 기업이 상폐될 위기에 처해 왔다.
올 8월부터 양국 당국이 회계 감리 권한에 대한 이견을 좁힌 끝에 일단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 싱크탱크 밀컨인스티튜트의 마이클 피우워 부회장은 “중국 당국이 마음을 바꾸거나 특정 기업에 대한 감리를 반대할 수도 있다”며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생각할 때마다 얼마 뒤에 다른 일들이 생기곤 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